약사법개정,긴 안목으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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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려 반년동안의 진통끝에 3일 발표된 보사부의 약사법 개정시안은 의약분업과 약사의 한약조제권 부분 허용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당사자인 한의사와 약사 양측이 모두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약사측은 한약조제권의 제한은 약품취급권을 인정받은 약사면허를 이원화하는 발상이라며 한약조제권의 전면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의사측은 이번 시안이 의약분업이라는 약사측의 주장을 전면 수용하고 있는데다가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약을 취급중인 약사의 기득권 보호라고 보사부는 설명하고 있지만 기존 약국들이 새로이 한약취급에 나서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비록 부분적이더라도 한의사의 처방이 없는 약사의 한약임의조제 허용은 약사에게 1차적인 진료행위를 허용하는 모순을 인정함으로써 국민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이해집단간 첨예한 주장의 대립속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한 보사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그 「중립적」이라는 입장과 그것이 소비자인 국민의 건강보호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선의 수단이냐 하는건 별개의 문제다. 상충되는 이해집단의 어느 쪽에서도 욕을 덜 먹겠다는 방법엔만 치중하다 보면 국민건강 보장이란 목표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는 오류를 범하기 휩다. 약사법 개정시안에 대한 한의사와 약사측의 즉각적인 반발과 집단행동도 바로 그런 점에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보사부는 앞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검토과정에서 반영하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들은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옥외 집단행동을 그만두고 타협과 양보를 통해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사부는 물론 국회심의 과정에서도 분쟁을 진화시키려는 임시방편적 자세보다는 전문성을 확대해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내용을 심의하고 보완하길 바란다.
의약정책은 근본적으로 한약조제권의 향방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시행될 한방과 양방의약의 완전분업을 위한 대비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2년 앞으로 예정된 양방의 의약분업은 이미 지난 82년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목포·강화·보은의 실패사례를 거울삼아 면밀한 검토와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5∼7년후에 실시하겠다는 한방의 의약분업에 대비해서도 한약재 품질의 규격화나 약학대에서의 한방교육 강화 등을 이번 약사법 개정에서도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한·약분쟁 당사들은 눈앞의 이해에만 집착하지 말고 좀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국가 의약정책의 장래를 다져나가는데 지혜를 동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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