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리 또 법정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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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패한 거부(巨富) 총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결국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이탈리아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가 13일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부패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제정한 '공직자 면책특권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은 자동 폐기됐으며 베를루스코니는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베를루스코니는 1980년대에 국영 식품회사 SME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라이벌 회사가 SME를 인수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판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6월 면책특권법이 제정된 후 재판에서 벗어났다.

문제의 면책특권법은 '대통령과 총리 등 다섯명의 고위 관리에게 재임 기간 중 면책 특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디어 그룹인 '핀인베트스'의 이윤 확대를 위해 지난해 12월 2일 새 미디어법을 제정해 야당과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다. 이 법안은 ▶미디어세트와 같은 거대 회사만이 디지털방송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TV 방송국의 일간지 소유를 2009년부터 허용하는 등 언론의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등 일방적으로 베를루스코니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3대 민영 방송국과 전국 최대의 수퍼마켓 체인, 프로축구단 AC 밀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갑부로, 약 1백30억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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