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계대출 대란 막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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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평창동에 사는 회사원 金모씨는 은행 대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3년 전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받은 대출금의 만기가 올 6월 돌아오기 때문이다. 은행에 재대출을 문의했다. 그러나 당시엔 아파트 값의 80%까지 대출받았지만 지금은 담보인정 비율이 50%로 떨어져 대출금 일부를 갚아야 한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자 내기도 버거운 판에 원금을 갚을 목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각 은행이 경쟁적으로 내준 주택담보 대출의 만기가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돌아오면서 은행권이 대출 연체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만기가 되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줄잡아 26조7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가계신용대출의 만기도 22조원이 넘는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담보인정 비율이 50%가 넘거나 원금을 갚기 어려운 경우 기존 대출을 20년 이상 장기대출로 바꿔주기로 했다. 대신 금리는 0.5~1%포인트 정도 올릴 방침이다.

3년 만기 대출은 평소엔 이자만 내고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지만 장기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나눠 낼 수 있어 만기 때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장기 대출로 바꿀 경우 대출금 4천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월 부담액이 3년 만기 대출 때보다 1만~2만원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국민은행 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만기가 된 주택담보대출은 재연장해주되 과거 연체한 적이 있거나 대출금이 연간 소득의 2.5배가 넘을 경우 가산금리를 최고 0.3%포인트 더 물든가 원금 10%를 상환하는 방법 중 한 가지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우량 고객은 기존의 조건대로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金모씨처럼 과거 담보인정 비율이 현행 기준보다 높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0.2~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리기로 했다. 그러나 담보인정 비율이 현행 기준 이하인 우량 고객이 대출만기를 연장할 때는 금리를 0.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나머지 은행들도 연체한 사실이 없는 고객에 대해서는 과거 대출해 줄 때 조건 그대로 만기를 연장해 주되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를 물리거나 대출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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