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정한 명품은 주인을 빼닮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넬슨제약의 홍기훈 회장은 지인으로부터 받은 2004년 한정품인 그라폰 파버 카스텔 만년필을 애장품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명품은 그것을 진정으로 알아보고 의미있게 사용할 줄 아는 주인을 만났을 때 완성된다. 한국넬슨제약의 홍기훈 회장은 지인으로부터 한정된 생산품인 독일의 그라폰 파버 카스텔 만년필을 받고 가슴이 설렌다. 티켓링크의 우성화 사장은 비즈니스 정장을 입을 때 블랙 컬러의 펜디 핸드백을 애용한다. 상대방을 대할 때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H&S의 홍성원 사장에겐 10년 동안 착용해 온 카르티에 손목시계가, 플로라베이직과 스틸라코리아의 이민자 사장은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 가볍고 편한 아르마니 정장을 꺼내 입는다. 여성스러워 보이는 정혜신 원장은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10살 아들을 위해 터프한 포르셰를 ‘애마’로 애용한다. 『명품 골라주는 여자』의 저자인 쇼호스트 유난희 작가가 CEO들이 애장하는 명품을 순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은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도 실용성으로만 비교한다면 용도가 비슷한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품은 단순히 가격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명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뛰어난 손맛으로 명품을 만들어 내는 장인의 숨결을 체험하면서 내면적 교감을 깨닫는 정신적 교류이기 때문이다.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좋은 물건을 고른 안목으로 가치있게 사용하면서 더욱 그 명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사람이 명품을 진정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나 본 몇몇 CEO는 명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고 사용하면서 그 명품과 추억을 함께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국넬슨제약의 홍기훈 회장은 환갑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푸근한 표정만큼이나 넉넉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넉넉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인상에서도 순간순간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장군 같은 풍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는 홍 회장이 중요한 문서에 사인할 때 그의 손끝에서 빛나는 그라폰 파버 카스텔 만년필에 의해 더 빛난다.

홍 회장은 이 만년필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한길건설 이충기 사장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지인인 이충기 사장으로부터 환갑선물로 그라폰 파버 카스텔 만년필을 받았다. 홍 회장은 “그가 생일선물로 건네준 만년필은 날카롭고 세련된 이 사장의 빼어난 안목과 그 이상의 섬세함,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라폰 파버 카스텔사는 매년 특별하고 귀한 재질과 특수 기법을 통해 한정된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홍 회장이 선물받은 이 만년필은 천연 호박과 18k 투톤 금촉, 그리고 실버 도금으로 장식된 2004년 한정품이었다. 수십년간 만년필을 만들고 있는 장인의 손길로도 몇 개밖에 제작할 수 없는 귀한 작품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떨리게 하는 선물임에 틀림없다.

언젠가 사석에서 필자와 만난 홍 회장은 “애인의 허리자락을 감싸 안 듯 부드럽고 감칠맛나게 잡히는 촉감이며 움직일 때마다 천연 보석 호박이 보여주는 환상적 색채는 서류에 사인할 일이 없더라도 자꾸 만지작거리게 만드는 애장품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라폰 파버 카스텔 만년필은 245년 동안 반 고흐 등 유럽 미술가를 비롯해 괴테, 찰스 황태자 등 세계적인 명사로부터 사랑받은 독일 명품 필기구다. 특히 연필과 색연필이 유명하며 최초의 육각 연필인 카스텔9000을 만들어낸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우성화 사장의 펜디 백

티켓링크 우성화 사장은 부드러우면서 강인함이 심플한 패션에서 묻어나는 여성 CEO다. 영화나 뮤지컬을 보려면 극장이나 공연장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표를 사야 한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던 시절, 그는 ‘안방에서 편하게 미리 입장권을 구입할 수는 없을까?’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온라인으로 공연장의 입장권을 예매하고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그의 옷차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저 성공한 CEO답게 항상 당당하고 반듯하게 옷을 입는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슬랙스 정장만을 고집하거나 블랙 정장만 입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프리트가 들어간 트렌치코트를 입기도 하고 하늘거리는 실크 시폰 스카프로 딱딱해 보이는 정장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우 사장의 마지막 패션 포인트는 핸드백이다. 그는 블랙 컬러의 펜디 백을 즐겨 사용한다.

펜디 브랜드는 무척 화려한 브랜드다. 최고의 소재와 화려한 패턴을 선택해 그 어떤 브랜드 가방보다도 눈에 띄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우 사장이 즐겨 사용하는 펜디 백은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다. 비즈니스 자리나 공연장에서 우 사장과 함께하는 펜디 백은 본연의 화려함과 기교를 전혀 과시하지 않으면서 그의 옷차림에서 딱딱한 무게감을 덜어 내고 깊이 있는 세련미를 더해준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펜디의 블랙 컬러는 팔색조의 느낌을 담아내 비즈니스 정장을 입었을 때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부드러운 실크 블라우스 정장을 입었을 때는 절도있는 고혹 미를 담아내주기 때문에 멋스럽다.

▶스틸라코리아의 이민자 사장이 무채색의 조르조 아르마니 의상을 즐겨입는 이유는 당당함과 편안함 때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탄생한 펜디는 8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인류가 고른 최고의 옷이라는 모피 의류에서부터 시작한 펜디지만 그 이름을 세상에 떨치게 된 것은 1996년에 발표된 펜디의 바게트 백 덕분이다. 더 이상 화려할 게 없는 모피에서 가장 심플하고 소박한 패브릭 가방에 전 세계 여성이 열광한 것이다. 화려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멋스럽고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순수한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의류 라인을 비롯해 핸드백, 슈즈 등 액세서리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H&S 홍성원 사장은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가까운 동네 산에 올라가 좌선을 한다. 눈을 감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을 하다 보면 그날을 지켜나갈 메시지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깨달은 메시지를 회사에 출근해 아침 쪽지로 전 직원에게 보낸다. 짧게는 4~5줄, 길게는 짧은 수필처럼 간결하며 잔잔하게 쓰여진 그의 쪽지는 멀게만 느껴지는 CEO에 대해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 그리고 직원과 약속을 지켜나가면서 빈틈없는 그의 비즈니스가 완벽하게 처리되는 것은 그의 철저한 시간 관리에 있다. 홍 사장의 왼쪽 손목 위에는 10년 가까이 착용해 온 카르티에 시계가 빛을 발한다.

여느 카르티에 시계와 달리 아주 소박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는 원형 다이얼 시계는 화려하기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이 더 강하다. 오래 착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가죽 밴드는 그의 연륜과 어우러져 정감있게 느껴진다. 10년 가까이 착용해 오면서 한 치의 오차없이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정교함뿐만 아니라 심플한 디자인이 오히려 품위있게 보이는 이 시계가 무척 정이 간다고 한다.

카르티에는 1847년 루이 프랑스와 카르티에가 설립한 브랜드다. 유럽 명품들이 흔히 그렇듯 150여 년이 넘도록 가족과 후손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돼 온 브랜드다. 치밀한 구조와 화려한 장식성을 자랑하는 보석 전문 브랜드로 출발해 프랑스 나폴레옹의 유제니 황후부터 세기의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역사 속에 빛나는 카르티에는 왕들의 보석상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그만큼 원석을 최고의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로 예술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카르티에는 남녀가 함께 하는 ‘커플 반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이민자 사장과 ‘아르마니 슈트’

수입화장품 전문 회사 플로라베이직과 스틸라코리아의 한국 사장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 사장은 홈쇼핑 업계에서는 물론 수입화장품 업계에서는 소문난 입지전적 여성 CEO다.

우리나라 홈쇼핑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만 팔린다는 속설을 깨고 7년 전에 이미 30만원대의 화장품을 수입해 홈쇼핑 최초로 판매했다. 판매가 안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염려를 보란 듯 불식시키고 화장품 매출 신기록을 계속 달성하면서 홈쇼핑 화장품의 고급화를 지휘한 여성이다.

여성이 원하는 화장품의 품질과 가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줄 아는 직관력은 웬만한 남성도 갖기 어려운 동물적 본능 중의 하나다. 여기에 사춘기 시절부터 외국에서 생활해 온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중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구분해 내는 탁월한 판단력이 있다.

▶퓨어피부과의원 정혜신 원장은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아들을 위해 포르셰 카이얀을 몰고 다닌다.

색조 라인으로 유명한 스틸라 화장품의 한국 마켓을 인수하고 한국 사장으로 새로운 변신을 한 이 사장의 마음속에는 항상 두 딸에 대한 애정으로 화장품을 고르고 선택하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미국 스틸라 화장품의 상품개발과 마케팅까지 직접 참여해 브랜드 개발을 하는 열정은 미국 스틸라 사장도 감탄할 정도다.

자기 판단에 대한 확신과 믿음, 그리고 선택하고 결정한 것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그야말로 현대 여성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이민자 사장의 확고한 내면을 더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것은 그가 오래전부터 즐겨 입는 조르조 아르마니의 슈트만큼이나 정갈하고 정확하다.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은 배제하고 무채색의 모노 톤으로 만들어진 조르조 아르마니 의상을 즐겨 입는 이유는 아르마니가 주는 당당함과 편안함 때문이라고 한다. 일하는 활동적인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조르조 아르마니 의류는 가벼운 무게감으로 입은 것 같지 않은 편안함과 자연스럽게 몸을 따라 흐르는 소재의 유연성을 자랑하는 옷이다. 트렌드에 따라 요란하게 변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줄 줄 아는 아르마니의 컨셉트가 어쩌면 이민자 사장의 사업철학과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업무를 볼 때는 물론 중요한 미팅이나 국제적인 회의가 있을 때, 그 어떤 자리보다 중요한 사업 체결이 있는 날 그는 아르마니를 옷장에서 꺼낸다. 자신감 있게 실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가장 편안한 옷이 최고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블랙 스트라이프 아르마니 슈트를 입은 이 사장에게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다. “깃에 브로치라도 하실 법한데 하지 않으시네요?” 그의 대답은 간결명료했다. “아르마니 옷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내주니까요.”

다른 옷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무게, 그리고 걸치면 몸을 따라 흐르는 느낌은 아르마니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듣게 되는 말이다. 품격과 지적인 멋을 추구하는 아르마니는 옷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철학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부과 전문의 정혜신 원장은 어렵다는 의대 공부와 세상에서 가장 관리하기 힘들다는 피부 관리를 모두 해결해 낸 부지런한 전천후 커리어 우먼이다.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병원을 경영해 나가는 CEO로, 피부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전하는 저자로, 그리고 의학상담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로 남보다 두 배나 더 힘든 하루를 보낼 텐데도 항상 환한 웃음을 보인다. 정 원장을 보면 도대체 저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겉으로 표현되는 이미지만 보면 지극히 여성스럽고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남성답고 터프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의 ‘애마’인 포르셰 카이얀(Porche-Cayanne)은 정 원장의 말을 대변한다.

“전 다른 여성처럼 자동차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편이에요. 그렇다 해서 자동차를 단순히 유명세나 모양만 보고 구입할 수는 없죠.”

정 원장이 날렵하고 세련된 세단을 마다하고 SUV인 포르셰 카이얀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10살 된 아들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5살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는 아들은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배워오고 있는 취미여서 가끔 시합에 출전도 한다고 한다. 아이스하키 장비 크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아들 친구들 장비까지 싣고 연습장이나 시합장으로 가는 날에는 승용차 트렁크는 물론이고 자동차 앞좌석까지 꽉 찬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고를 때 넉넉한 수납공간은 아이스하키를 하는 아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필수 요건이었다.

그는 “자동차를 잘 아는 주변 지인의 소개로 포르셰 카이얀을 선택하고 난 후 이 차를 타면 탈수록 그가 원하던 바로 그 차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고, 이제는 완전히 카이얀의 팬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운전해도 다른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덜 피곤하다고 하니 1인 4역을 해내는 정 원장이 그 바쁜 일과 속에서도 항상 화사한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이유가 차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명품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선택의 노하우가 있는 정 원장은 카이얀 명차가 주는 가치를 그 이상으로 찾아내 200% 즐길 줄 아는 진짜 명품을 아는 멋쟁이다.

<이코노미스트 900호>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J-Hot] "한국인 인질 21명 이르면 오늘 석방가능"

[J-Hot] CEO들이 즐겨쓰는 명품은? 그 이유는?

[J-Hot]'여피' '보보스' 지고 新엘리트 '욘족' 뜬다!

[J-Hot] '김태희 닮은꼴' 이민정, 도대체 얼마나 비슷하길래

[J-Hot] 부권도 경제권도 잃은 가장들 비상구 '비상금'

[J-Hot] [곽대희 칼럼] 일본은 왜 섹스에 관대한가

[J-Hot] 본즈, 또 기록 깼다! 통산 758호 홈런 '쾅'

[J-Hot] "조순형 대선 나설경우 100만표 왔다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