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 작업실 궁금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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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자에게 공장이 있다면 미술가에게는 작업실이 있다. 물건이든 작품이든 생산을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서울 언저리에 살아야 활동이 편한 한국 작가들 가운데 작업실을 제대로 갖춘 이는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비싼 땅값 때문이다. 어느 정도 크기를 요구하는 작업실을 마련하는 일은 지금 한국 미술가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전시기획자 김준기씨가 "이제 작업실을 이야기하자"고 나선 까닭이다.

7일 개막해 2월 25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업실 리포트'전은 20명 작가들이 각기 작업실을 꾸려가기 위해 벌인 투쟁 일지이자 아이디어 모음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작가들이 선보인 각양각색의 작업실은 작가의 삶을 체험하게 만들고 작업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는다.

김윤환씨는 접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개인 휴대용 아틀리에(PMA)'를 전시장 바닥에 펼쳐놓았다. 국제적인 활동이 늘어나는 요즈음 작가들에게 지고 다니다가 어디서든 바로 풀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대환영이다. 드라마고가 발표한 '벽을 눕혀 살아가는 길에서'는 인천 전체를 작업실로 삼은 작가의 현장미술성이 돋보인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 작가 양석윤.주인숙 부부는 '양주방'이란 이름으로 함께 작업한다. 이들이 내놓은 작품은 '사이버 작업실'로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면 두 사람의 작업실 공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명상을 위한 텅 빈 공간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배윤호씨, 자궁처럼 내밀한 공간을 지은 이상림씨, 프랑스 파리에서 작가들이 점거해 작업실로 쓰고 있는 '스쾃'현장을 보여주는 김현숙씨 등 작가들의 상상력이 놀랍다.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매주 수~금요일 오후 4시에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이어져 작업실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2월 25일 서울 원서동 공간 소극장에서 '한국의 작업실 현황 연구와 대안모색'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열린다. 02-736-437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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