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50억 달러에 인수한 머독의 노림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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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우존스 인수로 뉴스코프는 5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게 됐다.” 루퍼트 머독(76·사진) 뉴스코프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8일(이하 현지시간) 2분기 영업실적 설명회를 하면서 한 말이다. 머독이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회사인 다우존스 인수에 쓴 돈은 무려 50억 달러. 그런데도 오히려 “돈을 벌게 됐다”고 자랑한 것이다. 머독은 “WSJ 인수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완벽한 선택(perfect fit)”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기되는 ‘신문 위기론’을 무색게 하는 말이다.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는 세계 미디어업계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뉴미디어가 급속히 세력을 키워가는 데 대해 기존 미디어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머독의 첫째 노림수는 고품격 경제 콘텐트 확보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권호영 연구원은 “뉴스코프가 보유한 기존 콘텐트들은 오락 분야에 치중해 있다”며 “뉴스코프로선 위성·지상파·케이블TV와 신문·잡지 및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미디어에 내보낼 고급 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던 만큼 다우존스 인수에 거금을 투자할 만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뉴스코프가 10월 방송을 시작하는 24시간 경제뉴스 전문 채널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빨리 자리를 잡는 데도 WSJ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권위 있는 브랜드 확보도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미 연세대 교수(언론학)는 “머독이 산 것은 단지 콘텐트가 아니라 다우존스와 WSJ라는 브랜드”라며 “금융 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우존스와 WSJ의 브랜드 파워는 가치를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뉴스라도 전달하는 매체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지는 만큼 뉴스코프가 세계 최고 권위의 브랜드 확보에 팔을 걷어 붙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머독은 다우존스 인수 직후 한 인터뷰에서 “고급 금융 정보는 온라인에서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공짜 정보가 범람할수록 고급 뉴스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뜻이다.

머독이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이찬구 연구원은 “다우존스가 미디어 분야를 포함한 세계 주요 기업의 고급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WSJ가 머독에게 세계적 영향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머독은 WSJ의 정치 기사와 국제 기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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