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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6개월 세탁해도 '도로 우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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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 20여 명이 합당 선언문에 서명한 국회 귀빈식당. 당 대 당 통합을 결정하는 자리였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열린우리당 출신이 아닌 사람은 민주당 쪽에서 온 김효석.이낙연 의원 등과 시민사회 쪽 인사들 정도였다. 그래서 새로 태어난 민주신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기획 탈당' '위장 이혼' '당명 세탁'이란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아예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한 대국민 사기극"(유종필 대변인), "열린우리당 간판만 바꿔 달면 될 것을 그렇게 법석을 떨었느냐"(나경원 대변인)며 비아냥댔다.

의원 숫자가 139석이던 열린우리당에선 올 2월부터 집단 탈당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당을 떠나며 "열린우리당은 열심히 해도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다" "참담한 민심 이반은 소외 계층을 살피지 못한 뼈아픈 업보 때문"이라는 일종의 '참회'의 변을 밝혔다. 그랬던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만든 민주신당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민주당 출신 의원 5명, 시민사회 쪽 몇몇 인사를 빼곤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의원 143명 중 열린우리당 출신이 138명인 점이 이 모든 것을 웅변해 준다.

민주신당 측에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세력이 50 대 50으로 모인 새로운 당"(오충일 대표)이라거나 "온건한 진보.보수가 하나로 모인 레인보 정당"(정균환 최고위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신당 내부에서조차 강봉균 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26명 의원이 "'밤새 걸어 제 집 안마당' '다람쥐 쳇바퀴'의 허망함이 고개를 든다"고 합당 선언식을 앞두고 공동성명을 낸 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일부 친노 인사는 사석에서 "신당이 '대선용 연합정당'이라는 말은 맞다"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민주신당은 앞으로 조순형 후보가 있는 민주당과도 결합해 명실상부한 범여권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통합을 추가하더라도 열린우리당에서 의장(정동영.김근태.문희상.신기남.정세균)과 원내대표(천정배.김한길.장영달)를 지낸 이들과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이해찬.한명숙)와 장관(유시민.정동채 등)을 지낸 인사들이 민주신당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본색이란 말이다.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보면 범여권이 6개월 동안 이합집산을 거듭한 끝에 선보인 정계개편이 국민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당의 대선 승리는 과거에 분칠을 하는 데서 찾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권세력으로서 공과(功過)를 엄정하게 평가받으면서 국민에게 왜 자기들이 미래 5년을 다시 책임져야 하는지를 설득해 낼 수 있어야 가능하다.

김성탁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