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피리소리에 매혹"|보름째 국악 배우기 구슬땀 미「뉴뮤직」기수 조제프 첼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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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의 피리소리는 환상적입니다. 피리는 내 음악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됐죠. 한국음악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유산중의 하나입니다.』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19일부터 국립국악원(원장 이승렬)에서 한국음악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있는 미국 뉴 뮤직의 선구자이며 작곡가 겸 더블리드 주자인 조제프 첼리씨(47·뉴욕).
국립국악원은 「국악을 세계로」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외국인을 위한 국악강습(7월19일∼8월28일)을 열고있다. 이 강습에는 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일리노이·네브래스카 등 미국 유수대학의 민족음악과 교수들과 작곡가·연주자 등 모두 9명이 참가하고 있다.
『3천5백여 음악대학과 6백여 명의 민족음악교수들에게 프로그램 안내서를 보냈습니다. 많은 신청자가 있었지만 한국음악에 특별히 관심 있는 교수와 연주·작곡활동이 활발한 음악가들을 지역적으로 안배해 최종 선발했습니다.』
조제프 첼리씨는 미국에서 프로그램의 홍보와 참가자 선정을 담당했다. 그는 86년 카셋 테이프를 통해 피리연주를 처음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90년이래 수 차례 내한연주회를 갖고 한국음악의 독창성과 깊은 음악성이 미국을 비롯한 서양음악인들에게 알려진다면 한국음악의 국제성 확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음악은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서양음악은 화음을 중요시하는데 비해 한국음악은 개별음의 개성과 변화를 중시하죠.』
그는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도 깊다. 그의 『수제천』피리연주는 국악인의 연주로 착각할 만큼 수준급이다.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30분까지 이론·실기 수업이 이어지는데 그는 이것도 모자라 일요일에도 나와 개인연습을 할만큼 열의가 대단하다.
그는 18년간 유럽·캐나다·미국·남미에서 연주활동을 했으며 크로노스 현악4중주단·존 케이지 등과 협연 순회공연한 바 있다. 그의 음악은 오보에·잉글리시 호른·인도 두가피나 등 다양한 더블리드 악기를 이용해 새로운 음조직을 개발한 즉흥연주가 일품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음악제인 뉴뮤직 아메리카 페스티벌의 감독자이기도 한데 내년 4월에는 브라질에서 존 케이지 테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서편제』를 감동적으로 관람했으며 부산 자갈치시장의 꼼장어 맛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올 여름을 한국음악과 더불어 보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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