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행상」합리적 규제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언제부턴가 짐차를 몰고 동리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확성기를 통해 호객하는 행상들이 늘고 있다. 많은 경우 남편은 차를 몰고 부인은 짐칸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팔며 때론 노모나 자식이 그 임무를 대행, 생계를 유지해나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며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해지게 만든다.
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이 좀 싸거나 싱싱할 수 있고 또는 시장이 멀다는 이유로 이런 행상들을 기다려 이용하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장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 행위자체가 숭고하고 소수인의 요구를 해결해준다 할 지라도 그 방법이 법에 저촉되며 대다수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때에는 법이 이를 단속해야 하며 행위자는 그 법에 따라 순응해야 한다. 인간은 소음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래서 법이 고성방가나 자동차의 경적까지 규제하고있는 것이다. 본인이 거주하는 동리에는 종일 20∼30여명의 행상이 드나들며 주민의 정서생활에 「폭행」을 가하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 고막을 때려는 이 소음이 인간의 정신은 물론 육체에까지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의 경찰서·구청, 그리고 동회와 이 문제를 놓고 상의해 본적이 있다. 경찰서에서는 이러한 상행위는 직결재판을 받게되는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경찰이 나서서 단속해야 하겠지만 일손이모자라 그럴 수 없으니 주민이 고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청·동회는 힘이 닿는 대로 개선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은 했으나 아마 힘이 닿지 않는지 오랜 시일이 경과하도록 소식이 없다.
비록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선량한 행상인들의 생존바탕이 무작정 박탈돼서는 안 된다.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고, 일부 주민의 욕구도 채워지며, 대다수 주민의 소유의 폭행을 당하지 않을 최선의 방안이 강구돼야만 할 것이다.
동 또는 통 단위로 주민과 행상들 사이에 일정한 요일·시간과 장소를 정해 상거래를 하게 하든가, 행상들로 하여금 동리 어느 곳에나 기존해 있는 상점에 상품을 위탁해 판매케 함으로써 상호 공존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