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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신문 임상 카운슬러 서울정신병원 지명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임상카운슬러로 한 생활정보신문의 고정란을 맡아 인기를 끌고 있는 지명제씨(42·서울정신병원)가 그간에 실린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신문 고정란과 같은 제목의 『윤 여사 상담실』.
본명보다 필명인 「윤명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지씨는 임상심리를 전공한 현직 공무원.
『아픈 마음의 실체를 찾고 그 고통을 나누려 임상카운슬러가 됐다』는 그가 작업의 일환으로「윤여사 상담실」을 맡은 것은 지난해 7월. 지씨는 1주일 평균 많게는 50여건의 상담 편지·전화를 받는다. 한결같이 내놓고 말못할딱한 사연들이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주부·학생·직장인등 계층도 다양하고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바람 피우는 아빠 때문에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13세짜리 여학생, 「살아 숨쉬는 순간 순간이 투쟁」이라는 어느 장애자, 「공짜인줄 알고 받은 강아지인데 친구가 돈을 내라해 고민」인 중학생, 「운전 중 자신의 부주의로 옆자리에 앉은 아내를 잃고 따라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애틋한 남편의 사연 등.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가슴 아픈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합니다. 왜 불안해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요.』
지씨는 일상에서 그 답을 찾는다. 대개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예를 들고 평이하지만 튼실하게 심적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준다.
『늘 힘은 쓰지만 가슴아픈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는 떠나지 않기요. 때로는 내 주장만 늘어놓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씨는 91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소설 『개마고원』으로 등단한 작가다. 그래서인지 상담 내용을 간추린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쉽게 풀려고는 했지만 심리학의 이론에 어긋나지는 않게 썼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남편과 남매를 둔 지씨는 일상생활에선 심리학하는 티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심리학 전공의 임상카운슬러라면 사람들이 「저이가 내 속을 빤치 들여다보고 있구나」하는 식으로 경계부터 한다는 것이다.
『꿈 많은 것은 소녀적이나 변함없다』는 지씨는 지금까지 소설 6편을 썼다. 그는 책이 나올 때마다 집 안일을 도맡아주는 시어머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맨 먼저 갖고 달려가고, 자식교육은 배운대로가 아닌 19세기식으로 시키는 그런 여자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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