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문가가 본 북­미 핵회담 정근모 전 원자력대사(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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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수로교체 경협차원문제/20억불이나 드는 대공사… 평양서 노린점/영변사찰 질질 끌면 일 핵무장만 초래
북한­미 제네바회담이후 북한 핵문제는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경수로 지원문제를 새로 끄집어낸 것도 그런 의구심을 갖게한다.
플루토늄 생산용인 현재의 흑연감속식 원자로를 경수로로 바꾸겠다는 것은 얼른 들으면 앞으로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로토늄의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볼수있지만 경수로 건설에 드는 기간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지연전술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의장(89년)·과기처장관·IAEA 원자력협력 담당대사를 역임한 정근모 고등기술연구원장(54)을 만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북 흑연감속로 위험
­미·북한은 제네바 2차회담에서 북한의 흑연감속방식 원자로를 경수로로 바꾸는게 바람직하며,그 교체방법을 공동모색키로 했습니다.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어떤지요.
『양국은 발표문에서 「교체」(Replace)라는 표현을 썼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폐기」가 맞습니다.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바꾸는 것은 원자로를 새로 건설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요.
경수로방식 원자로 1기를 건설하는데는 설계 3년,시설건설 7년을 포함해 10년은 걸립니다.
1백만㎾ 경수로방식 원자로 1기를 건설하는데는 20억달러가 듭니다. 따라서 경수로 교체는 핵문제라기 보다 완전히 경제협력 문제지요. 북한은 바로 이 점도 노렸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한·미·일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가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인지요.
『한때 검토됐던 것으로 압니다. 경수로기술은 미국과 프랑스가 가장 앞서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수준도 세계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수로방식 원자로건설의 자급도는 90% 정도이고,95년엔 95%를 넘어서니까요.
따라서 북한핵의 투명성이 확보되고,여건만 조성된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가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흑연감속로는 실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습니까.
『감속재는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겁니다.
그러나 흑연을 감속재로 쓸 경우는 흑연이 가지고 있는 잡열 때문에 위험합니다.
바로 구 소련의 체르노빌 발전소가 흑연감속 원자로였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은 방사능을 차단하는 격납건물 등의 심층방어기술이 완벽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영변 미신고시설 두곳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하나는 핵폐기물 저장소이고,다른 하나는 재처리 공정에 있는 방사능물질 저장소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이 두곳을 보면 지금까지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이지요.』
○특별사찰 거부 반응
­북한은 IAEA와 사찰협상을 조만간 갖기로 했는데요.
『북한은 IAEA와의 사찰협상은 북한이 IAEA의 공정성을 계속 문제삼고 있는 만큼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은 특별사찰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IAEA의 특별사찰을 받은 나라는 아직 지구상에 없습니다.
게다가 특별사찰의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다른 시설에 대해서도 요구해올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북한이 말하는 IAEA의 공정성은 무엇입니까.
『북한은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영변의 핵시설 두곳을 IAEA가 어떻게 알게됐느냐는 것이지요.
즉 IAEA의 독자적인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여기에는 미국이 개입됐다는 주장입니다. 이에대해 IAEA는 사무국의 자체기술뿐만 아니라 회원국이 가진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때 IAEA가 참가하는 남북 동시핵사찰방법이 정부내에서 논의된 적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방안에 반대합니다. IAEA는 기본적으로 평화적인 핵시설에 대해서만 사찰을 해왔습니다.
군사시설이 포함되는 남북 상호사찰과는 짝이 맞지않는 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또 사찰의 지연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지요.』
­북한의 핵무기 개발능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것은 플루토늄 추출량에 달린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출량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는 분석대로 7∼22㎏의 추출량이 있다면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방식의 원시적인 원자탄 개발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미사일에 탑재하는 것은 현재의 북한기술로는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북 정책의지에 달려
­북한 핵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IAEA의 특별사찰과 남북 상호사찰을 통해 북한핵의 투명성을 확보하는게 선결과제지요. 궁극적으로 핵시설을 자발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북한정권의 정책의지라고 봅니다. 이런 변화가 오기 전까지는 북한 핵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수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는 틀림없이 일본의 핵무장을 가져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더 어렵고 힘겨운 문제입니다.』
­핵주권론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지요.
『핵무기 주권론과 핵기술 주권론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핵무기주권론은 단연 반대합니다.
그러나 재처리시설 등 핵기술 주권은 핵의 평화적인 이용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도 응당 필요한 것입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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