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의 대륙” 중국이 옷벗는다/누드 사진집 선풍(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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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판 3만부 한달만에 매진/시민월급 20% 고가지만 “불티”/“인체예술”… 작년 대담한 해금
중국에서는 최근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누드사진집이 대량 출판,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당국이 얼마전 「예술성」을 조건으로 누드사진집 출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인체예술 사진집」으로 불리는 누드 사진집은 현재 중국 전역에서 2백여가지가 시판,사회주의적 금욕에 길들여진 중국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숲속·해변등 배경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주로 숲속이나 해변 등 자연을 배경으로한 중국 여성모델들의 누드를 담고있다.
중앙전영출판사가 낸 「자연의 꽃:중국 인체예술촬영」은 초판 3반부가 발행 한달만에 매진되는 인기를 누리며 이미 재판인쇄에 들어갔다. 이 책은 머릿말에서 『나체를 심미하는 자유를 예술분야에서 실현하고자 책을 내게 됐다』고 발행취지를 밝혔다.
또 사천미술출판사의 누드사진집은 세계 각국의 누드작품을 편집해 게재했다.
○예술기준 의문
이 책은 대부분 과감한 포즈를 취하는 외국여성들의 사진들을 싣고 있어 보는이로 하여금 『예술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의 누드사진집은 한권에 32위안(약 5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가에 팔리고 있다. 이는 북경에 일반시민 월급의 10∼20%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체예술 사진집은 없어서 못구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이러한 누드사진집의 발간열풍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키니차림의 여자사진까지 규제하던 중국출판계의 풍토에 비춰봤을 때 놀라운 혁신이 아닐 수 없다. 담당부서인 신문출판서 도서관리국의 츠나이이(지내의)부국장은 누드사진의 출판허가 기준에 대해 『내용이 건전하고 예술성이 높으면 된다』고 밝혔다.
중국당국의 출판규정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이다. 신문출판서는 당시 『개혁·개방을 심화시키기 위해 행정을 간소화하고 출판계에 보다 많은 자주권과 주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중국정부는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해온 무협소설과 인체미술에 대한 검열을 중단했다.
○신문엔 아직 엄격
그렇다고 당국이 모든 누드사진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누드사진의 게재는 미술·사진촬영 전문잡지에 한해서 허가되고 있으며,포르노사진과 잡지에 대해서는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누드사진을 지면에 실었던 중국문화보는 「상부」의 호된 비판을 받고 발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불특정다수가 보는 신문에 대해서는 아직 「누드해금」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체예술 사진집은 89년 천안문사태 이전에도 시중에 나돌았다. 당시의 사진집은 대부분 외국 사진작가들의 「점잖은」 누드작품들을 편집해 출판한 것들이었다. 이들 누드사진집은 천안문사태 이후의 경색국면으로 잠시 시중 서점에서 사라졌다.
○정치적 변화따라
누드사진집의 자유로운 출판·판매가 정치적 격변으로 언제 또 다시 사라질지 모르지만,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 중국사회의 한 단변을 적나라게하게 보여주고 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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