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앞두고 “3야공조”/“민자기세 꺾는 호기” 조율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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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유일야당」 후퇴 실익찾기 선회/선거운동 영향·지속성 여부는 미지수
24일 오전 10시쯤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올라탄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953편 비행기에는 민주당 의원들외에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비행기 맨앞의 이 대표 옆좌석에 앉아 담소를 주고받는 사람은 김동길 국민당,이종찬 새한국당 대표.
이들 세사람은 이날 대구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민주당의 「혹서선거 규탄대회」와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지난 16일 보선에서의 공조체제 구축에 합의한 세사람은 민주당이 주최하는 이날 대회에 동행함으로써 「공조」의 첫선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이 대표는 『대구시민과 국민들이 이 모습만 봐도 진정한 야권 단일후보는 민주당의 안택수후보라는 점을 알게될 것』이라고 야권공조를 강조했다.
3야공조 선언이후 야권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모습은 이밖에도 여러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소 이 대표의 발언이나 민주당 관계자의 입에서는 『우리 민주당과 국민,새한국당은…』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유일야당」을 주장해왔던 민주당으로서는 적지않은 변화라 할 수 있다. 그전까지 다른 야당의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을 꺼려했던 민주당 대변인실엔 요즘 타야당의 성명이 제때제때 공급된다.
22일 정부의 보선일자 발표가 있었을때 춘천에 있던 이기택대표는 선거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얼마안돼 국민당은 대변인을 통해 『보선일자 결정을 취소하고 선거일을 재조정하라』며 민주당에 동조하는 성명서를 냈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 성명서를 대량 복사해서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의원들끼리 만나 한 집안인 것처럼 농담을 주고받는 예도 눈에 띈다. 새한국당의 장경우의원은 22일 춘천의 민주당 지구당사무실을 방문해 그날 「당원 전진대회」에 참석차 내려온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은 민주당에 와 사무총장을 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옆에 있던 강수임의원은 『그럼 빨리 거기 줄을 대야겠네요』라고 받았고 장 의원은 그다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미 입당이나 통합이 내정된 상태에서 주고 받은 대화인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
협조무드는 선거일이 공고(26일)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동길·이종찬 두대표가 대구와 춘천을 돌며 민주당 후보를 위해 지원연설을 하거나 가두에서 직접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공조가 보선승리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일시적으로 단합의 모습을 보이지만 보선이후를 짐작할만한 단서는 없다. 게다가 김동길·이종찬대표 모두 지난 대선을 통해 만신창이가 돼 이들이 거드는 선거운동이 덕이 될지 손해가 될지도 불투명하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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