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관료 득세 정경유착 퇴색/일 정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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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도 보수정당간 세다툼/무역정책 큰 변화 없을듯
미국 신문들은 일본의 최근 정국을 정치변혁의 출발로 평가하면서 이러한 정치적 변화가 경제,특히 미국과의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우선 지난 선거에서 절대 다수당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본정치가 앞으로 몇년간 유동적인 과도기를 맞을 것이며 이러한 과도기는 정치적 불안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 총선구도를 구세대 대 신세대,냉전세대 대 탈냉전 세대,정치적부패 대 혁신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던 미국 신문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변화가 태동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정계구도가 보수 대 혁신이라는 전통적인 대결을 떠나 보수 대 보수의 대결이 됐으며 중도보수 정당간 영향력 확대 싸움이 앞으로 일본 정치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정치는 몇년간 소란 속에 지낼 것이며 95년께에 가서야 정계 구도가 정착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절대 다수당이 출현하지 못함으로써 정치권의 리더십이 약해지고 대신 일본의 관료계층이 세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관료계층이 정치권의 공백을 메우게됨으로써 단기적으로 볼때는 일본의 변화가 비관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에 못지않게 미국신문들이 관심을 쏟고있는 분야가 이번 총선으로 과연 일본의 무역정책이 바뀔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선거를 경제적으로는 일본의 소비자 대 기업의 대결로 분석하기도 했다.
즉 자민당이 일본의 기업과 정치자금으로 연결되어 일방적으로 기업 편에서만 정책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일본이 국제적인 강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내시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바로 기업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와 기업간의 고리가 끊어진다면 일본의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이번 선거는 바로 자민당의 이러한 기업과의 고리를 끊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이번에 일본을 방문했을때 내세운 논리도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일본이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일본 국민들도 좋고 미국 국민도 이익이라는 점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대신 자민당에서 분파된 중도보수 정당들이 세력을 확대한 것은 정치와 기업간의 유착을 끊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결과가 미일간 무역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리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우선은 정치권의 분열로 생기는 공백을 보수적인 관료층이 맡음으로써 무역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관료는 보수적인 자민당 보다 더 폐쇄적인 민족주의 지향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국민 자신이 소비자 의식보다는 회사의 소속원으로 정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바라는 식의 소비자 마인드가 생기기 어렵다는 점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의 결과로 일본 정치는 비교적 급속한 변화의 물결속에 휩쓸리게 되겠지만 일본 경제의 변화는 더딜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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