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관계 새 판도/「강­이」체제서 「강­주」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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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권장악 주용기 “경제해결사”부상/경력취약… 「부패척결」 힘든 투쟁될듯
지난 3월 제8기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이후 정착됐던 중국의 장쩌민(강택민)­리펑(이붕)체제가 이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강택민­주룽지(주용기)의 축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강­주의 새로운 권력관계 설정이 주목되고 있다.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의 조종 아래 보혁타협의 산물로 해석돼온 강­이체제는 최근 이 국무원총리가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6개월간 자택에서 휴양하기로 했으며 경제개혁의 실권이 이 부총리겸 인민은행장에게 돌아감으로써 사실상 붕괴한 상태다.
반면 주 부총리의 약진은 눈부시다. 최근의 금융질서 혼란의 책임을 물어 리구이셴(이귀선) 인민은행장을 해임하고 스스로 그 자리에 취임,이미 자파인물을 배치했던 국가경제무역위원회·국가계획위·재정부,그리고 인민은행(중앙은행)이라는 경제대권을 한손에 장악한 것이다.
이는 과거 자오쯔양(조자양) 전 총서기가 보수파의 아성으로서 경제 3대 부서였던 계획위·재정부·인민은행을 장악하지 못한채 89년 경제운영의 주변부에서 정치권력을 허무하게 놓쳐야 했던 입장과는 크게 대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 부총리에게 낙관이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경제과열로 지칭되는 현안들을 풀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나 중앙의 통제력에서나 불리한 상황에서 그가 경제질서를 잡아내지 못할 경우 그 역시 이귀선의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더구나 91년 부총리로 발탁되기까지 계획과 분석담당 역할밖에 한 경력이 없는 주로서는 지방에서부터 중앙까지의 간부들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대다수 지도층은 이 총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 해온 올드 패션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력면에서 취약한 주의 총리직 대행에는 중국 경제관계 최고기구인 당의 재정 및 경제영도위의 우두머리인 강 당총서기의 지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다. 강 총서기는 같은 상해파인 주 부총리 진출이 바람직했을 것이며,만약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책임은 주 부총리에게 돌아가는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제2인자인 주 부총리의 정치적 입지약화가 상대적으로 권력중심인 자신의 권력강화를 반사적으로 가져다주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주 부총리가 당면한 경제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은 통화팽창이 아니라 통합부패를 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당면 경제문제는 단순한 경제부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권력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른바 체제전환기적 혼란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제가 앞서가고 있는 연안지역과 기업체간부들이 이미 중앙으로부터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중앙부처에서도 국무원 부장의 3분의 1 이상은 이붕 사람이다.
결국 주 부총리의 경제질서 회복작업은 권력형 부패척결 차원에서 정치투쟁적 성격을 피할수 없다. 만약 주 부총리가 강 총서기의 지지아래 개혁에 성공할 경우 이붕세력의 몰락이 촉진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주 부총리의 정치생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도부는 경제상황의 전개와 함께 변화의 물결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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