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망 업종-환경 산업 선점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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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함께 환경 규제가 날로 강화되면서 환경 산업이 성장 유망 업종으로 급부상, 기업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환경 산업은 넓게는 오염 물질 발생 자체를 억제하거나 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까지 포함되지만 보통의 의미로는 오염 물질의 농도나 양을 기준치 이하로 낮추거나 제거하는 시설을 생산해 설치하는 산업을 말한다.
지난해말 현재 환경처에 등록된 환경 오염 방지 시설 업체는 모두 7백27개 사에 지난 한해 총 공사 실적은 8천9백17억원으로 91년 (5천9백56억원)에 비해 5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성은 매우 밝아 업계는 시장 규모가 올해는 약 1조5천억원, 96년에는 3조원, 2000년에 접어들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 산업은 지금까지는 수질 오염 분야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앞으로는 대기 오염 분야, 그중에서도 쓰레기 소각로 건설 사업 쪽의 신장세가 특히 두드러질 예상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약 3조4천억원을 투입해 쓰레기 소각로 1백45기를 건설, 쓰레기 소각률을 현재의 1·8%에서 27·3%로 높일 계획으로 있어 이 분야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이에 따라 거의 대부분 외국사와 기술 제휴하고 소각로 건설시장의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환경 설비업에 관여하는 대기업은 2백여개에 가깝고 환경 산업을 고유의 사업 영역으로 확정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도 40여개에 이른다.
삼성 종합 건설은 미 모리스사와 기술 제휴해 목동에 1백50t규모의 쓰레기 소각로를 건설한데 이어 대구에 2백t규모의 소각로를 건설중이다. 소각로 사업에는 대우·럭키개발·대림산업·요업개발·동부건설·한농·진도 등도 참여하고 있다. 요업 개발은 도자기 생산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응용해 소각로의 주요 부분 가운데 하나인 백필터를 세라믹 소재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으로 환경 설비가 점차 선진화될 것에 대비해 영국의 ICI사·프랑스의 피카사 등과 기술 제휴하고 고농도 폐수 처리 설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폐수 처리 설비 사업 수주로 재미를 보아온 현대정공과 현대중공업도 이 분야 매출 규모를 올해 5백억∼6백억원으로 잡고 산업 폐기물 처리 분야에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아 한국 코트렐이 지난해 대만 화력 발전소의 전기 집진기 설치 공사를 수주했고 백필터 전문업체인 새론 기계가 중국 치박에 치박제룡환보 기계 유한 공사라는 합작 회사를 세운 것을 비롯,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에까지 진출해 있다.
그러나 국내 환경 설비업은 아직 초보 단계로 전체 업체의 절반이 자본금 2억원 미만으로 영세한데다 기술 수준도 떨어져 필요한 기자재의 절반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급 기술의 대외 의존도는 80%에 가깝고 도입 기술에 대한 기술료 부담도 다른 업종의 매출액 대비 2∼3%보다 훨씬 높은 3∼8%에 이르고 있다.
조일성 한국 환경 오염 방지 시설 협회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이 네임 밸류만으로 공사를 수주해 영세 업체들에 하청 주는 「복덕방」 역할에 머물지 말고 기술을 개발해 중소업체들과 전문 계열화를 이루는 등 업계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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