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리비아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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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리비아의 급작스러운 친서방 움직임에 아랍권이 당황하고 있다. 아랍권의 분열을 리비아가 주도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탈아랍화와 친서방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리비아는 이제 서방의 '방탕아'가 아닌 아랍의 '럭비공'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리비아는 9일 1989년 니제르 사막 상공에서 폭발한 프랑스 UTA 항공기 테러 희생자 배상금으로 1인당 1백만달러씩 총 1억7천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리비아는 88년 로커비 테러 사건 희생자 배상 합의와 대량살상무기의 일방적 포기 선언으로 대미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데 이어 프랑스와도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공식적으로 리비아와의 복교를 언급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리비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장구치듯 미국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검증할 미.영의 사찰단을 지원하기 위해 리비아에 외교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시 행정부 당국자가 10일 밝혔다. 24년 만에 미 외교관이 리비아에 발을 딛는 셈이다.

리비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아랍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집트 및 아랍의 언론들은 카다피 원수의 일방적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이 이스라엘에 대해 핵무기 포기를 압박하려는 아랍권의 연대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언론들은 리비아와 이스라엘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비밀접촉을 해왔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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