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교과서 韓·中·日 함께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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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숲 속에 가난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목재회사 사람들이 나무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젊은이들이 벌목꾼으로 취업하면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졌습니다. 1년 뒤 산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나무가 많은 이웃 마을에 목재회사 사람들이 나타나 나무를 베려고 했습니다….'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환경 관련 교사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초등학생용 '환경 교과서' 시험본에 나오는 글 중 일부다. 시험본 교과서 '황사발생의 원인과 예방법'에 나오는 이 글은 이어 이웃 동네의 벌목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발표토록 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산림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물은 뒤, ▶나무젓가락 사용 안 하기▶이면지 활용하기▶우유팩 재활용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한.중.일 환경 관련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3국 환경교육협력회'는 1백여명의 교사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경남 창원대 환경기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환경교육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초.중.고용 3개국 공동 환경교과서 시험본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한국 40명, 중국 16명, 일본 9명 등 3개국 교사 65명이 필진으로 참여해 1백여쪽으로 만든 이 교과서에는 ▶황사현상▶산성비▶철새 보호 등 3개국에 걸친 공통의 환경문제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산성비 피해의 심각성은 학생들이 환경연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우치도록 하고 있다.

산성비가 내린 뒤 숲이 시들고 동물들이 슬피 운다는 줄거리의 연극을 직접 하게 한 뒤, 산성비를 줄이는 방법을 발표케 하는 것이다. 나무덤불 속에 숨어 휘파람으로 철새를 부르는 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철새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교과서 제작은 2002년 8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환경교육 포럼에서 한국의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과 중국 환경교사 모임인 루즈싱(綠之行), 일본 환경교육협력회 소속 교사들이 공동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3국 교사들은 이 시험본을 환경교육 보조용 교재로 자국의 각급 학교에 배포해 올 1학기 동안 시험수업을 한 뒤, 올해 말까지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내용을 확정짓기로 했다. 2005년에는 나라 별로 정식 교과서로 채택되도록 교육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경남교사모임 김인성 회장은 "점차 심각해지는 국제 간 환경문제를 자라나는 세대들과 고민하고 해결해보기 위해 교과서 제작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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