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피해 막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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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장회사인 대호의 '유령주식'사건을 법원과 금융감독당국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대호의 2백50억원 규모의 첫번째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전 일부 소액주주들이 서울지법에 유상증자 중지와 신주상장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호는 우리.외환은행과 현대투신운용 등 3개 금융회사가 유상증자에 동의했다며 당시 시가의 3분 1 가격인 주당 5백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대호의 주채권자(총 채권의 76% 보유)인 현투운용이 유상증자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유상증자 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이 같은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같은 대형 사기사건이 발생하게 됐다고 한누리 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호는 처음 신고서를 제출했을 당시와 달리 지난해 9월 2일 접수한 정정신고서를 통해 현투운용의 동의 여부를 확인했다"며 "법원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해 같은달 4일 소액주주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태선 변호사는 "현투운용의 동의 여부에 대해 대호가 처음에는 '협의 중'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동의'로 표기를 바꾼 것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유상증자 실시 후 대호의 주가 움직임이 이상해 투자자가 이 같은 내용을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에 제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팍스넷에서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이태양씨는 "주가 움직임이 마치 증자 후 자본금을 빼내가는 '가장납입'과 비슷해 10월 하순께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에 수차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했다"며 "그러나 두곳의 담당자 모두 '관련된 정보가 들어온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호는 12일 만기 약속어음 5억9천만원을 납입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호 주권은 이미 매매정지된 상태로, 부도 처리된 이상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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