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진출/무공서 실패사례 조사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현지시장 파악 아쉽다/유통망 가늠 못해 사회정리/노조의 지나친 요구에 혼쭐/한국인근로자­현지근로자간 불협화음도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진출이 계속 늘고있으나 모든 여건이 다른 남의 나라에서 사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지 합작투자업체와의 마찰,노사문제,문화차이 등 갖가지 이유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않다.
대한무역진흥공사는 최근 동남아·중동·중국·남미·러시아·아프리카지역의 12개국 무역관을 통해 현지진출한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조사해 관심을 끌고있다.
◇현지 유통망조사 미비=D사는 필리핀의 총 1백만달러를 합작투자,중부 비사야스지방에 연산 3만t 규모의 백시멘트공장을 세웠으나 대규모로 관리·판매되는 시멘트의 특징과는 달리 현지에서는 소량판매가 주류여서 결국 운송·관리비용이 너무 많아 회사를 정리했다.
◇합작상태에 대한 조사 미비=플래스틱파이프를 생산하는 C씨는 지난 90년 필리핀에서 『필리핀과 한국의 고위관리들을 잘 알고있다』는 현지 필리핀인 J씨의 말을 믿고 2만6천달러 상당의 기계를 가져가 현지인 소유형태의 공장을 세웠으나 현지인과 J씨가 계속적인 투자를 요구,결국 합작투자가 실패했다.
C씨는 실질적인 사주임에도 불구,현지인의 취업확인서 거부로 불법취업 상태에 있다가 결국 J씨의 고발로 강제출국 조치를 당해야했다.
또 재미교포 무역상인 J씨는 이집트의 중소 가죽제품업체에 50만달러를 합작투자하면서 한국에서 기술자 5명을 데려온뒤 자신은 공장운영보다는 해외판매에만 신경쓰다 이집트업체가 3개월만에 한국인 근로자를 현지근로자와의 위화감 등을 이유로 해고,독단운영하는 바람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현지의 장기적인 경기예측 미비=S사는 지난 90년 필리핀의 마닐라 근처에 월 9백t 규모의 플래스틱사출공장을 세웠으나 이후 중동사태와 필리핀의 전력부족사태로 예상치않던 전력부족난에 봉착,7만달러를 들여 추가로 자가발전 시설을 갖춰야했다.
◇공장위치 선정문제=모로코의 최대공단지역인 카사블랑카 부근으로부터 1백㎞ 떨어진 라바트시에 입주한 A사는 원자재 수송이나 제품선적에서 시간이 너무 걸리고 열악한 교통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한 중화학공단에 입주한 A사는 인근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없어 멀리서 통근버스로 근로자를 데려오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며 겨우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장의 위치를 잘못 잡아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근로자관리=노조가 강한지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투자한 N사는 지난해 노조가 1백%의 임금인상,여성근로자의 3개월 유급출산휴가 등 당시 회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15개 사항을 요구,40여일동안 분쟁을 겪으면서 사업포기 직전까지 갔었다.
또 중국에서는 기본급외에 정부가 요구하는 적립금·보조금·정부납입금 등 조준세경비가 많기때문에 이를 고려해야한다.
한국인기술자와 현지근로자 사이의 갈등도 문제로 무공은 『말레이시아는 현지근로자들이 우수해 대부분 일본기업들 등은 현지인을 채용,유대감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국기업들은 한국인 기술자들이 관리업무까지 맡아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한국인이 꼭 관리자여야한다는 생각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권유했다.
◇원자재공급·과실송금=러시아에 치약·샴푸공장을 설립키로 했던 P사는 공정과정에서 필요한 20여개의 원자재중 현지조달이 가능한 것은 4개에 불과,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G사는 러시아에 전자제품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과실송금이 어렵고 수익금으로 원자재를 사는 데도 문제가 많아 포기했다.<오체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