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바빌론식 경제교육'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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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5단체가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바꾸기 위해 '바빌론식 국민경제 교육'에 나선다.

바빌론식 국민경제 교육이란 고대 바빌론이 부자 나라가 되기 위해 썼던 아이디어에서 따온 것이다. 자수성가한 당대 최고 갑부인 아카이드를 강사로 내세워 교사들에게 부자되는 방법을 가르치자 교사가 각 마을로 돌아가 국민교육을 시켜 부자 나라가 됐다는 얘기다.

내용은 다르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나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할 계획이다. 올 겨울 방학 두 차례(이달 27~29일, 2월 3~5일)에 걸쳐 모두 2백50명을 교육한다. 교육이 너무 딱딱하지 않게 문화체험을 겸해 경주에서 연다. 내년부터는 매년 1천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한상의 김효성 부회장은 "지난해 말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1백점 만점에 38.2점으로 반기업 정서가 뿌리 깊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국민소득 2만달러 장벽을 넘을 수 없다는 우려에서 경제 바로알기 행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경제5단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21일 경제5단체장과 부회장단 모임에서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 축하 자리였지만 얘기의 주제는 우리 국민의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였다. 회장단은 물론 책임은 기업인에게 있지만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국민의 46.5%가 '기업 활동의 우선순위가 이윤창출이 아니라 부(富)의 사회환원'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회장.부회장단은 교사들에게 기업현실을 올바로 설명하겠다고 자청했다. 박용성 회장과 강신호 회장뿐 아니라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영수 중기협 회장, 조남홍 경총 부회장 등이 한국경제 현안.노사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기로 했다.

또 대한상의는 중.고 교과서 내용 중 왜곡된 경제 인식과 오해를 심어줄 수 있는 문장 62건에 대해 교육부에 수정을 건의, 60건이 시정돼 올 신학기 교과서부터 사용된다고 밝혔다. 올바른 경제교육을 위해 경제교과서 보조자료 1만3천여부도 제작해 전국 사회 담당 교사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전경련도 올해 1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초.중.고.대학생과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경제교육과 홍보 등을 할 예정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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