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어린이들 동심의 여름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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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아지팀 이겨라. 망아지팀 이겨라』-.
4일 오전11시 YMCA 의정부 다락원캠프장. 3∼14세의 백혈병 어린이들이 부모 형제들과 함께 두 팀으로 나뉘어 「캠프올림픽」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증세가 심해 머리를 빡빡 깎고 모자를 쓴 어린이도, 걷는 것조차 힘드는 일부 어린이도 투병에 따르는 고통을 모두 잊은 듯하다.
장애물 통과 게임·줄다리기·카드 뒤집기 게임 등이 이어지면서 어린이들의 부모 형제들도 한가족처럼 어우러진다. 백혈병 어린이후원회(회장 김명욱 목사)가 마련한「제2회 푸른 우리마을 여름가족 캠프」현장이다. 활기차게 뒤놀 나이에 빈혈·무기력·피곤감 등에 시달리는 이들 어린이들이 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소년소녀 가장으로 백혈병까지 앓고 있는 이세정양(14·장승중1)등 백혈병 어린이 30명과부모 등 1백25명이 3일 오후부터 함께 보낸 때문인지 게임을 할 때마다 어린이들 특유의 천진함이 넘친다. 생활의 어려움도, 질병의 고통도 잊은 것 같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서울대의대 안효섭·신희영 교수(소아과)등 의료진의 눈은 긴장의 연속이다.
후원회 부회장이기도 한 신 교수는 『백혈병 환자는 영화「러브스토리」에서처럼 절망 속에서 죽어 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더 이상 아니다. 증세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70∼80%는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백혈병어린이는 2천명이상에 달하고 매년 4백여 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기는 것으로 추산되며, 전체 백혈병 가운데 95% 이상이 어린이 급성백혈병이다. 치료기간은 통상 여자2년, 남자3년 안팎. 교통비 등을 빼고 치료비만도 연간 3백만원 이상이며 골수이식의 경우 2천5백만원이 든다. 이 때문에 30대 중반이 대부분인 부모들도 정신적 충격은 물론 경제적인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치료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 사례까지 있다.
「의료보험이 연간 1백80일밖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비 보험환자로 가장해(?) 되레 비싼 비용을 물며 외래에서 약을 타먹는 가슴아픈 경우도 많아요. 후반기에 혹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지요.』후원회 상임이사 안종남씨(38·서울대병원 보험계장)가 전하는 백혈병 가족들의 딱한 처지다.
점심 후 가진「캠프백일장」에서는 글짓기·그림 그리기에 동심을 담는다.
이처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동안 가벼운 감기 바이러스의 침입에도 무방비일 정도로 몸이 약해진 수현이(11)등 많은 친구들이 참가하지 못해 세정양 등 백혈병어린이들은 서운함을 지울 수 없다.
상찬군(6)의 아버지 안병주씨(35·건축업·경기도 파주군)는 『3년4개월간의 치료기간이30년같이 길게 느껴졌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못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백혈병 어린이 후원회((263)4231∼2)는 그동안 교수·관사·변호사·사회사업에 뜻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병원비 지원, 가족들의 무료법률상담 등을 해왔으나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백혈병 환자의 부모였던 후원회 총무 홍정우씨(럭키화재 대리점운영)는『의료보험 3백65일 혜택과 백혈병 어린이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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