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제』케네스 파일저|「이등 국가적 속성」혹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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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문제』(The Japanese Question)는 경제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적 위신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일본의 「이등 국가적 속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저자 케네스 파일은 이 책에서 일본의 행동양태를 국가로서보다는 무역회사의 상행위의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인은 명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제2차대전후 지금까지 일본이 보여준 정책 배경의 공통점은 이 같은 일본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국전쟁 중에 미국에 군사조달 물자를 팔아 이익을 챙겼고, 베트남전 당시도 일본은 전쟁물자를 팔아먹는 데 여념이 없었다.
20년 후인 걸프전 당시에도 이 같은 일본의 행태는 여전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일본의 대외정책 기조는 될 수 있는 대로 집단안보 행위의 참여를 피하고 대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집중돼 있다. 역사가들은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을 일본의 평화헌법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일본의 이 같은 방침이 실제로는 요시다시게루 총리를 비롯, 전후 일본의 집권자들이 만든 정교하게 계산된 전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본은 50년6월 당시 존 덜레스 미 국무장관 일본방문 기간 중에 막후에서 사회주의자들에게 재무장 반대시위를 사주했다고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당시 요시다 총리는 동료의원인 미야자와 기이치 현 일본총리에게 『평화헌법』은 하늘이 일본에 내린 행운이며 미국의 불평도 평화헌법으로 잠재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51년 체결된 미일안보조약은 비록 일본의 일부 극우민족주의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만, 일본이 미국의 보호 속에서 챙긴 실리는 엄청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일본의 후배 정치인들이 과거 요시다 총리의 입장을 「비겁한 정치」로 비판하는 일본의 양면성을 함께 추적하고 있다.
미국워싱턴 DC의 AEI출판사 발간.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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