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 폐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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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영화 한편 감사하기 위해 모처럼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본영화가 시작되기까지 20분에서 30분에 걸친 긴 시간동안 보고 싶지 않은 여러가지 화면들을 억지로 보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각종 상품광고에다 「대한뉴스」와 문화영화,게다가 공익광고와 다음영화의 예고편까지 잡다한 내용의 화면들이 관객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입장권을 구입하기 전에 『본영화는 정확하게 몇시 몇분에 시작되느냐』고 묻는게 상례처럼 되어있다. 그러나 짙은 어둠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힘겨울 뿐더러 광고영화 시작과 함께 출입구를 봉쇄하는 영화관도 많아 울며 겨자먹기로 화면을 보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어둠속에서 아예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임을 엿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한뉴스」는 일제치하의 「조선시보」를 전신으로 하여 해방직후인 1945년 10월부터 상영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보」가 나치의 홍보전술을 그대로 모방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대한뉴스」가 상영되기 시작한 정책적 배경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히틀러는 자신의 카리스마적 위용과 나치군대의 여러가지 위압적인 모습들을 필름에 담아 독일은 물론 전세계의 점령지역에 무차별 살포했고,그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모두 일어서서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훈령했다. 「조선시보」가 그것을 흉내년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한뉴스」가 나치나 일제의 그같은 관제선전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무질서한 사회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고발하는 등 이따름 나름대로의 유익한 내용을 담아 공감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전파미디어의 기능이 확대될대로 확대되어 설혹 관급뉴스가 아니더라도 영화관에서까지 상영할 필요는 없어졌다는데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제작한 뉴스를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문민시대」에 걸맞게 이를 폐지키로 한 여당의 결정은 뒤늦으나마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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