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관계 영향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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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접촉 수용 핵대화에 “물꼬”/회담 진전되면 경협 본격 확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보류를 천명했으나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투명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변의 두 시설물에 대한 사찰이 이뤄져야 하는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문에 이번 미·북한 고위급회담의 결과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특히 이번 북한의 NPT탈퇴 유보결정은 완전철회가 아니라 탈퇴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제한적 유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북 협상이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참여 관심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선언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한다고 공동 발표문에서 밝히고 있어 앞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계속될 것이며 이에따라 이 협상에 한국이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정부의 가장 큰 관심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북한을 일단 NPT체제에 묶어 놓은 다음 유엔안보리 등 국제기구에서 점차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면 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미 양측이 어느 정도 역할을 분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측이 앞으로 남북한간의 회담을 통해 핵해결에 어느정도 기여해야하는 것이 긴요하다.
문제는 북한이 남북대화쪽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북한에 대한 핵무기 선제불사용 보장(NSA) ▲주한 미군 기지의 사찰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금지 등은 미­북한간의 회담에서 논의되고 ▲팀스피리훈련의 중단 ▲이와관련된 군축문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 등은 남북한간 협상에서 처리되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팀스피리트 훈련문제도 실질적으로 팀스피리트훈련의 당사자인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나선다면 한국정부가 할수 있는 역할은 극히 미미해진다.
더군다나 북한이 이번 NPT 탈퇴게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가 미국과의 직접협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남한과의 협상의 의미를 축소하려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의 중심축은 북한­미국의 양자관계며 한국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남북대화를 격하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남측의 접촉제의를 다섯차례나 수정제의하면서 사실상 거부한 것도 남북관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내부협의 신호
때문에 정부측의 대북협상 전략이 상당히 까다롭게 되었으며 따라서 정부측은 주말·주초에 걸쳐 워싱턴에서 이뤄질 한­미간의 고위정책협의회를 통해 「핵해결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부분」을 분명하게 분담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볼때 북한이 핵문제는 오직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역시 한민족 전체의 문제임을 부각시켜 왔다는 점을 주목하면 남북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자들이 미­북한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핵문제를 북한과 유엔의 문제가 아니라 한민족과 미국의 문제이며,미­북한 접촉도 북조선과 미국의 대화가 아니라 한민족과 미국의 문제라고 규정한 것은 그 좋은 예다.
북한이 공동성명에서 미국측에 통일을 방해하지 말것과 비핵화선언을 지지할 것 등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여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북한이 지난 4월 「민족재단결 10대 강령」을 내놓은 것이나 특사교환을 고집한 것도 핵문제를 내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북한의 특사제안을 받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대화존중 가능성
북한이 NPT 탈퇴보류의 외형적 성과,즉 팀스피리트 중단이나 핵무기불사용 선언 등은 미국에서 얻을 수 있지만 경협 등 실질성과는 한국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기때문에 남북대화를 존중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제는 결국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상에서 어느정도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와관련,정부 당국자는 『이제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장정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적어도 앞으로 두달은 지나야 북한 핵사찰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기존 핵정책에 대한 손익계산을 냉정하게 해 완전한 궤도수정을 한다면 본격적인 경협확대 등으로 남북한 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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