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이 먼로 죽였다-스포토저「먼로전기」미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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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릴린 먼로 하면 우선 약간 풀어진 듯한 눈매, 터질듯한 가슴, 섹시한 몸매를 먼저 떠올린다. 먼로는 그만큼 우려들에게 섹스의 화신으로 정형 지워져 있다는 말이다.
그녀의 이런 이미지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먼로의 기구한 인생역정에 초점을 맞춘 전기가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특히 여성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책은 도널드 스포토가 쓴 『마릴린 먼로 전기』(Marilyn Monroe. The biography·하퍼 콜린스사간). 지금까지 발표된 먼로 관련 서적 50여권이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에 매달린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먼로의 인생 자체에 충실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할리우드의 실상, 미사교계, 영화산업, 여자로서 미연예계에서 겪어야했던 설움, 섹스 심벌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먼로의 숨은 재능 등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스포토는 특히 50년대 이상적인 여성상이라는 족쇄에 묶여 먼로가 데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재능을 집중 분석했다.
스포토가 애석해하는 먼로의 재능은 무엇인가. 먼로가 연극에도 소질을 보였고, 훌륭한 가수나 작가로 대성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이 스포토의 주장이다.
먼로의 비극은 그 많은 재능에 앞서 그녀의 성적매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데서 비롯되었다. 먼로의 성적매력이 고아로 자라다시피 한 그녀가 남성들의 연인이 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지만 아울러 그녀의 죽음을 재촉한 원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먼로는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배우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후 그녀가 죽을 때까지 남성편력이 복잡하지만 그것도 그녀가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정신적 방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먼로를 남자들은 성적 노리개로만 생각했다.
이 때문에 남성들이 먼로에게 성적 관심을 보이면 보일수록 먼로는 자긍심을 가지기는커녕 자신은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만 키워갔다.
그녀는 유명해진 뒤로 교양을 쌓고 남성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으며 그때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정도 꾸며보려고 무진 애썼다.
그러나 그때마다 먼로를 상품으로 생각했던 주변사람들의 태도도 더 가혹해져갔다. 먼로의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바로 실직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성적 이미지가 극히 강한 먼로가 예술가 운운하는 컷이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였다.
이런 시각 때문에 이 책은 다른 먼로 관련 책과는 달리 여성들이 읽어 볼만 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누가 먼로를 죽였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 이 책은 한마디로 성차별이 먼로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단정을 내리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대통령과의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 유명작가 에리카 종은 이 책을 읽은 뒤『먼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고 나도 그녀의 팬이 됐다』고 밝혔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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