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업종제도/부처간 조율안돼 “삐걱”(신경제 쟁점: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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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간섭·특혜 소지” 제동/청와대 기획원/“내용상 문제점 보완해서라도 시행방침” 상공자원부
최근 부처간에 벌어지고 있는 주력업종제도 논란은 다소 어이없기까지 하다.
찬반논리를 따지기 이전에,얼마든지 실무협의 단계에서 걸러지고 조정될 수 있었던 것이 차관급 회의인 신경제 계획위원회까지 가서야 비로소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돼 뒤늦게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 모양새를 심하게 구기면서 상당한 혼란을 빚어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라도 문제점을 집어낸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에서는 『어떻게 실무협의를 이처럼 대충대충 할 수 있느냐』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고,제안부처인 상공자원부에서는 『다 보고되고 합의된 안건을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며 볼이 부어있는 상태다.
기업이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 논쟁의 과정인데,어쨌든 이같이 엉성한 의사결정 과정을 밟는 바람에 당장 7일 오후만해도 상공자원부 장관과 경제기획원 차관보가 불과 1시간 간갹으로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면 이번 논쟁의 근본 핵심은 상공자원부의 안이 「자율과 불간섭」이라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의 기본 정신과 어긋나지 않느냐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공자원부는 주력업종제도가 「정부의 간섭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또 세제·금융 등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을 가져온다」는 요지의 반론에 대해 「오해」라며 「정 그렇다면 제도를 보완해서라도 시행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입장이 됐다. 그러나 상공자원부를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하게 만든 청와대·민자당·경제기획원 등은 아직도 설혹 상공자원부의 안이 수정된다 하더라도 역시 정부 간섭과 지원의 소지가 있다하여 별로 귀를 기울여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상공자원부가 재무부와 「초벌구이안」을 협의할 때는 「세제·금융상의 지원」이라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무부가 「정책금융과 조세지원을 없애 나간다는 원칙이 선 마당에 그런 포괄적인 지원책을 들고 오다니 동의할 수 없다」고 당장 이의를 달자 바로 「그렇다면 여신관리 예외조항만 넣자」고 양보했다가 이마저도 재무부의 반대에 부딪쳐 「현재 수준 이상의 여신관리 예외는 없다」는 타협안이 마련됐고,그러자 재무부는 「그렇다면 나머지는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빠져버렸다.
경제기획원과는 정책조정국과의 협의를 거쳤는데 뒤늦게 이의를 달고 나선 곳은 청와대와 의견을 같이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경제기획국 라인이라 이경식부총리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결과를 빚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각 부처의 명분과 논리를 바라보는 「관주변」의 「해석」은 많이 다르다.
곧,이번 논쟁의 밑바탕에는 명색 산업정책의 주무부서이면서도 기업에 대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상공자원부가 그 수단을 갖기위해 현재 재무부 소관인 여신관리 시행세칙상의 주력업체 제도를 주력업종제도로 바꾸어 상공자원부 소관인 공업발전법 쪽으로 넘겨받으려 고안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상공자원부로서야 펄쩍 뛸 이야기겠지만 이처럼 「부처간 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곱지 않은 일반의 시각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부 각 부처는 하루 빨리 주력업종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다.<이철호기자>
□업종 전문화에 대한 이견
●상공자원부
­주력업종제도의 필요성:기업대형화 유도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
­주력업종 주력기업 선정 및 신청:선정기준은 정부가 마련하고 이에맞는 업종·기업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선정해 신청. 정부규제 강화는 오해
­업계에 대한 지원방향:주력기업에 대해서는 여신관리 완화,공업입지 완화,기술개발 자금지원,비주력기업에 대해 불이익은 없다
­협의과정 및 앞으로의 전망:5월말,부처간 실무협의→6월1일 공발심 거쳐 발표→11일 경제장관 회의→9월 시행령 마련
●기획원(청와대)
­주력업종 제도의 필요성:업종전문화 원칙찬성 그러나 대기업 정책은 공정 거래법으로 충분
­주력업종 주력기업 선정 및 신청:선정기준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은 자율이란 신경제원칙에 위배. 자율신청도 결국 사전심의라는 역효과 나타날 우려
­업계에 대한 지원방향:차별적인 지원정책은 반대.(재무부) 추가적인 여신규제 완화 안된다.
­협의과정 및 앞으로의 전망:5일 부총리 「원칙찬성,각론반대」 표명,경제장관회의 상정유보·전면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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