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대형화 유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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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홍콩 금융감독국의 윌리엄 라이백 부총재 영입을 추진 중이다.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가급적 빨리 영입하겠다.”

 김용덕(사진) 신임 금융감독위원장이 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라이백 부총재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금융감독 시스템이 보다 선진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데는 선진 금융 감독기관의 전문가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는 게 필요하다”며 “라이백 부총재 영입이 안 되더라도 다른 국제금융계 인사를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다음 정부 때까지 ‘7개월짜리 장관’이라는 인식에 대해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해 위원장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위원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임 첫날부터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경쟁력과 효율성은 여전히 취약하고 리스크 관리 능력은 미흡하다.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경쟁 촉진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실시를 앞두고 금융회사 간 경쟁을 붙여 대형화·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의 준비된 발언에 금융회사들은 일단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와 금융감독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외환위기와 카드채 사태 등 정권 말기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났다”며 “이는 금융회사들의 위험관리 능력 부족과 방만한 유동성 증가, 그리고 금융감독 당국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한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위험요소가 벌어지기 전에 미리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가 모델로 삼는 곳 중의 하나는 영국이다. 그는 “영국이 1986년 금융빅뱅을 통해 국제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회사들 간에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한편 각종 제도와 규제의 개혁이 있었다”며 “2000년엔 통합 감독기구 출범으로 런던을 최고의 금융시장으로 발전시켰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시장주의자였던 전임 윤증현 위원장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스터 원’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국제금융 전문가다운 면모를 살려 국내 금융회사들의 국제화를 앞당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금융회사 간부는 “본인의 의욕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다음 대통령 취임 때까지 7개월짜리 위원장으로 단명할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며 “정권 말 금융감독 수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열쇠”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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