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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자주바꾸면 정책혼란 불러”/김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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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리인사 처벌 정치보복일수 없다/「핵」해결 없인 대북 신뢰회복 불가능
­취임후 1백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개혁추진 상황에 대한 중간평가와 앞으로의 개혁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또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깨끗한 정치구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취임후 1백일동안 그야말로 숨가쁘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 자신이 할 수 있는한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모든게 잘됐다고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또 개혁에 대한 중간평가할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선다한 백일
대통령의 생활은 참 고독하고 인간적인 면에서 외롭습니다. 고독한 결단을 해야하는 순간순간이 많습니다. 모든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나자신 대통령 당선후 재산공개를 했는데 그후 누구에게도 강요한 적은 없지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차관까지 재산공개를 했습니다. 국회에선 민자당의원들이 뒤따라 했고 여러 얘기가 있었으나 야당인 민주당의원까지 했습니다.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공직자) 윤리법개정을 반드시 처리하라고 민자당에 지시도 했습니다. 누구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해선 안되고 땀흘려 일한만큼 부를 누려야 한다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공직자 윤리법개정은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로 크게 평가돼야 한다고 봅니다.』
­신당창당설 또는 15대 총선 총선공천을 통한 물갈이 등 정계재편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공연한 얘기예요. 지금 그럴 필요도 없고 시기도 아닙니다. 전혀 고려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15대 총선이 3년쯤 남았는데 그때 공천과정에서 책임있고 깨끗하고 도덕적이며 개혁정책에 걸맞은 인물을 배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사정결과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따라 처리가 달라진다는 의혹을 낳고 있으며 「보복사정」이니 「편사수사」이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같이 겪은 제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박권흠 전 의원지칭)까지 부정과 관련해 구속했습니다.
또 나와 어려운 시절 고락을 같이 해온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도 자제의 부정입학과 관련해 그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고인이된 김동영 전 의원 역시 저와의 오랜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고락을 함께하고 감옥 등 수많은 고통을 겪은 분이지만 고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딸의 부정입학을 감추지 않고 공개했습니다. 물론 내마음도 아픕니다. 대통령선거 공약으로도 내세웠지만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사람 또는 권력을 통해 치부하겠다는 행위가 절대로 국민앞에 용납돼선 안됩니다. 제가 오랜 야당생활을 하는 동안 여당쪽의 수많은 실세들로부터 고통당한게 사실입니다.
일일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공교롭게 그러한 실세들과 관련됐다고 해서 부정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게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만일 나를 지지한 사람은 처벌하고 반대한 사람들은 용서한다면 언론과 국민이 뭐라고 얘기하겠습니까. 나는 원칙에 입각해 당당하게 대도무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치적 처벌이 아니라 개혁을 위해 비리척결을 하는 것입니다. 성역없이 조사하겠다는 게 나의 일관된 뜻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90% 이상 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건설적 비판이 묻힐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주위로부터 건설적 비판을 들은적이 있는지요.
○비판여론 경청
『취임 1백일동안 국민들이 너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겸허한 자세로 국정을 이끌 생각입니다. 대통령책임제하의 국가 흥망성쇠는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할 만큼 대통령의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취임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인사들로부터 건설적 비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정부부처의 보고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그밖에 TV뉴스를 빠지지 않고 보고,모든 신문을 밤늦게까지 다 읽습니다. 신문을 통해 정보도 얻지만 비판적 여론을 경청하려고 읽습니다.』
(김 대통령은 『내신기자만 질문하지말고 외신기자도 질문하라』고 했다.)
­외신기자단도 기자회견에 초대해 주어 감사합니다. 신정부의 개혁 우선순위가 관료주의 타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5개년 경제계획에는 아직도 과보호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의 관료주의 타파는 언제쯤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관행·관습의 타파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도 부정·부패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줄은 몰랐습니다. 관행화 돼 있는 잘못된 사고를 고쳐야만 합니다. 1백일 동안 이를 고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고칠 것입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그동안 여러 규제가 심했습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규제조항이) 3백여가지나 돼 이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결국 시간 문제로 앞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뉴욕에서 있은 미­북한간 접촉에 대해 논평할 점이 있으며 말씀해 주십시오.
『북한의 핵문제는 한국국민의 관심사요 세계적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접촉 결과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북핵사찰 필연
어떤 경우든 북한이 NPT 탈퇴선언을 철회하고 IAEA의 사찰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길 원치않으며 잘 결정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미­북한간 접촉이나 곧 있게 될 남­북간 접촉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바랍니다.』
­새 정부 출범후 과거 정부에 대한 여러 입장표명이 있었습니다. 12·12사태와 광주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직 하나 남아있는 것이 5·16 군사쿠데타라고 생각합니다. 이에대해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밝혀 주십시오.
『5·16은 분명 쿠데타였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많이 후퇴시켰습니다. 그러나 불행했던 과거 역사에 대해 선거기간중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정치보복을 하지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북한을 동반자로 규정하시고 흡수 통일·고립화에 반대하셨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정권은 공산주의 정권입니다. 이러한 공산주의 정권과 어떻게 공존·공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간 문제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입니다. 그러나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핵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김 대통령 회견 일문일답 요지/폭력시위 어떤이유로도 용납못해/5·16은 역사되돌린 분명한 쿠데타
­95년 6월이전 실시토록 돼있는 단체장 선거는 언제쯤 치를 계획이십니까. 지방의회 의원 등의 선거가 잇따라 있게돼 선거시기 조정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정치일정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당면과제중 제일중요한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해마다 한두번씩 선거를 치르는게 옳은 일이냐에 대해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이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지방자치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합니다. 그러나 행정력면에서 이것을 따로따로 할 수가 없습니다. 전산화가 되면 몇개씩 묶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5년,4년으로 돼 있어 20년만에야 동시선거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임기문제 조정이나 국회해산 여부 등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개각 고려 안해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 시기가 달라 문제라는 말씀인데,그 얘기는 옳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묶어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합니다. 헌법개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내 임기 중에는 어떤 이유로도 헌법개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깨끗하게 임기중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북한을 국제고립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과 협력할수 있다고 하셨는데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은 남북한 당사자 대화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뉴욕에서 열리는 미­북한간 회담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남북 당사자회담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지만 대통령 혼자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습니다. 내각의 팀웍을 보강할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얼마전 국무위원 전원과 조찬을 함께 하며 여러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전부터 장관들을 자꾸 바꾸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관이 업무를 파악할때쯤 바꾸는 것은 잘못입니다.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르거나 국민에게 결정적인 해독을 끼치지않는한 국무위원을 바꾸는 것은 좋지않다고 생각합니다. 개각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에 충격을 주는 강제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기업 소유주의 주식보유를 5%로 제한하고 과다 부동산 소유자 및 소비·사치성 퇴폐업소에 대해 중과세하겠다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재벌을 해체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그런 일은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기업이 무제한적으로 아무거나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기업이 과거 중소기업이 하던 일을 빼앗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왔는데 이제 그런 일은 하지말고 업종을 전문화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대기업과 중기가 대립관계에 있었으나 앞으로는 보완관계를 이뤄야 합니다. 대기업을 위해서도 중기가 잘 자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기업주식 분산문제도 강요해서 주식을 내놓으란 건 아닙니다. 가능하면 근로자에게 주식을 많이 분배했으면 좋겠다는 뜻에 다름아닙니다.
○사치업소 중과세
부동산을 과다·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은 대선때도 강조했듯,세금을 많이 물려 그렇게 소유하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 7천달러를 가진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급 요정이 우리나라에는 있습니다. 아마 1인당소득 3만달러를 가진 나라에도 그런 업소는 없을 것입니다. 또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타락행위가 이 나라에서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업소·퇴폐행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세금을 징수,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차기후계자 선정과 관련해 당내 경선을 하되 지지의사를 표명하겠다고 말씀하신바 있는데 조금 빠르지만 후계자 선정시기와 방법에 관한 구상을 밝혀주십시오.
『우리나라 사람은 참 급해요. 왜 그리 급합니까. 참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한 미덕입니까. 내일이면 겨우 1백일인데 지금 그 문제를 얘기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보고 잘못된 사람이라고 비난하지 않을까요. 그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경제계 일각에서는 사정으로 인해 투자의욕이 위축되고 있다는 입장과 기업이 부패척결을 통해 새로운 기업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계에 대한 사정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일부에서 그러한 주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 살던 나라가 2차대전후 어떻게 되었으며 지하자원이 많은 남미국가가 어떻게 해서 망했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집권자·공직자·기업인 등에 의한 부정부패 때문입니다. 부정부패 척결 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길이 전혀 없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듯이 부정부패 척결이 제일 중요합니다.
물론 경제문제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경제는 수출이 늘고 수입이 주는 등 서서히 미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반드시 달라질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할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통령은 신한국을 새로운 도덕적 힘에 입각해 세우겠다고 하셨는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그같은 도덕적 가치기준이 엄격히 적용됩니까. 또 한국 대학생들은 왜 전직대통령들을 문제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강력한 정부지향
『대학생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대선기간중 강력한 정부,강력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도 있습니다. 이번에 정통성을 가진,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나는 학생들에게 대담한 사면 복권조치를 취했습니다. 학생들은 정부와 국민에게 평화적인 시위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위해 평화시위를 허락한 것입니다. 그런데 뒤에서는 화염병과 수천개의 쇠파이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고선 폭력시위에 들어가 경찰을 무장해제시키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그 누구든 국가기강을 해치고 법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은 부패척결차원에서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문제는 후일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되풀이해 말합니다.』
­금융실명제 실시시기와 방법,그것을 위한 여러조건 조성 등에 관한 구상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것은 저 자신이 지난 선거때 국민에게 약속한 일입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금융실명제는 반드시 실시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기와 방법에 관해 지금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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