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철시소동/전국 도매상들 밀수품 단속하자 문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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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귀금속 유통 마비… 예물 못찾아 발굴러
범죄소탕 1백80일작전의 하나로 경찰이 전국적으로 금·은·귀금속 도매상에 대한 「밀수품단속」을 벌이자 이들 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고 철시하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매상 및 소비자들이 현품구입이 어렵거나 결혼예물을 제때 찾아가지 못하는 등 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범죄소탕 기간중 밀수품단속이 저조하다는 자체평가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국내 최대 금·은·보석·귀금속 도매상 밀집지역인 서울 종로구 예지동·봉익동 일대 2천1백여개 귀금속상 가운데 1차로 70여개 업소에 대해 집중단속을 폈다.
경찰은 이중 40여개 업소의 대표들을 관세법위반혐의로 연행조사한 뒤 관세청으로 명단을 넘기는 한편 수입면장을 갖추지 않는 보석·귀금속 완제품들을 모두 압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예지동·봉익동 일대 모든 귀금속 매매업소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일제히 문을 닫아 사실상 사흘째 철시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 범일동·서면 등에서는 2백개업소 대표들이 지난달 20일 경찰의 단속이 있은 뒤 25일 부산경찰청을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는 것.
이에따라 시중의 귀금속유통이 전국적으로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 소비자들이나 소매업자들이 도매상가에 찾아왔다가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소동이다.
오는 13일 결혼할 김모씨(32·회사원·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10일전 예지동 Y도매상에 주문한 예물을 찾아러 왔다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중』이라고 말했다.
귀금속·보석기술협회 김평수이사장(42)은 『보석·귀금속류에 대한 수요는 일정한데 우리나라만 유통개방을 하지 않고 높은 관세와 소비세를 물리기 때문에 밀수입 및 음성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반복되는 단속보다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단속경찰은 『어떤 업소도 법을 위반하는 영업행위를 할수 없다. 금·은·보석상들이 밀수입품을 취급하고 있어 단속이 불가피하다』며 『제도의 개선은 또다른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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