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사태」 상은은 책임없나/양재찬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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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상 최대규모의 부실에 빠진 (주)한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기업 주택공사가 이를 인수한다해서 연일 떠들썩하다.
그런데 정작 이 한양사태를 몰고 온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상업은행은 태연하기 그지없다.
상업은행은 86년 이 회사가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된뒤 직원들이 나가 사실상의 은행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한양이 이 지경에 이른데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은행이 앞장서서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열흘이 되도록 미안하다는 기색은 커녕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없다.
원래 법정관리란 회생가능성이 있는 아까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이지,이번처럼 은행이 더이상 끌고나가기 힘들게 생겼다고 하여 일단 빚부터 틀어막고 보자는 식으로 던지는 외통수가 아니다.
물론 상은측은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과거 해외건설의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한양을 떠맡게 됐었다는 점을 먼저 앞세울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나 다른 은행관계자들은 (주)한양이 89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잘 굴러가다가 90년 신도시지역의 땅을 욕심내 너무 많이 사면서 빚을 지더니만 부동산경기가 냉각되고 부실시공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관리은행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상은은 한양때문에 어려우니 한은의 저리자금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슬쩍쓸쩍 흘리는가 하면 부도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해댔다.
한양이 부도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이 클테니 마치 「고통을 분담하자」는 식이다.
이를 보면서 과거 부실기업 정리때마다 있었던 「해당기업 위기설­인수기업의 부채탕감요구­여론에 밀리는 듯한 특융지원」의 전철이 또다시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아직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몇몇 은행장인사에서 나타난 새정부의 금융자율화는 결국 책임있는 경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율인사의 원칙이 내부승진으로 충족되고 있는 지금,앞으로도 내부승진이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상업은행은 고통스럽더라도 「책임경영」의 자세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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