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마법 같은 ‘경영기법’ 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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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영에 대한 6가지 질문

야마다 히데오 외 지음, 멘토르,

223쪽, 1만2000원 평소 ‘○○ 경영’ ‘××경영기법’이란 말에 유감이 참 많다. 뭔가 그럴 듯해서 들여다보지만 별 게 없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다. 가령 리엔지니어링(재구축)경영이란 말이 국내 기업에 열풍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경영 프로세스를 원점부터 재검토해 새로 구축하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얼마 전 대박을 터뜨렸던 블루오션 경영을 비롯해 간판 경영, 혁신 경영, 신바람 경영, 미래경영 등도 수명이 불과 몇 년에 그쳤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CRM(고객관계관리), SCM(공급망 관리) 등의 경영기법들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어렵다. 뭔가 있는 것 같아 열심히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다른 경영기법이 등장한다.

 이처럼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얼마 못가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의 본질은 언제나 똑같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품질을 좋게 하고, 불량률을 낮추고, 고객을 왕처럼 모시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좋은 인재를 뽑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면 그게 ‘잘하는 경영’이다. 경영학 원론만 읽어도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이 다 나온다. 그런데도 경영학자나 경영컨설턴트들은 이중 하나를 골라, 자기네들이 마치 처음 발견한 대단한 진리인 양 포장한다. 이대로만 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듯이 선전한다.

 이 책은 최소한 그런 부류는 아니다. 경영의 기본을 준수하자, 남들이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지은이들은 “경영의 근본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며 “아무리 품질본위와 기술위주를 강조해도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영자들은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만 생각할 뿐, 전략의 결과에 대해서는 간과한다”고 한다.

 가령 요즘 기업들은 포인트제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대표적인 예다. 백화점이나 서점, 식당 등도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다른 기업이 실시한다고 해서 안이하게 포인트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회사의 비용구조에 따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때문이다. 항공사들은 비수기에 텅텅 빈 좌석을 마일리지 항공권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채운다고 해서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기내식과 티켓 발행비용 정도다. 그러나 옷가게는 다르다. 포인트제로 10만원을 누적한 고객이 찾아오면 10만원 짜리 옷을 줘야 한다. 그래서 “변동비 비율이 높은 소매업의 포인트제는 기업의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이 추구하는 차별화·고급화 전략도 마찬가지다. 값싼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건 하책이고, 차별화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일등 상품’전략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지은이는 “고급화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오히려 저가 전략을 펼치는 기업들이 고수익을 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고급을 추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이다. 고급 호텔을 지향한다면 품격 있는 레스토랑과 전통요리점을 갖춰야 한다.

 한국 기업에 통용되지 않는 주장들도 눈에 띈다. 일본기업들의 성과 분석을 토대로 경영전략을 평가했다는 한계때문이다. 일본 기업에만 해당되는 고민을 다룬 주제도 있다. 지은이는 “주력제품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기업그룹 형태로 본업과 부업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많은 걸 얻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남들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교훈, 그것 하나만 건져도 남는 장사라 하겠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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