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관련 남북대화 「다리」 기대/전기침 중 외교부장 방한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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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사자해결 촉구하며 북제재 입장 밝힐듯/북에 “더이상 지원 곤란” 간접압력 효과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남북한이 「고위급회담 대표접촉」과 「특사파견」을 각각 제의해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중간통로 역할을 맡아온 중국의 첸치천(전기침)외교부장이 막바지 의견조율을 하기 위해 26일 내한했다.
전 부장의 방한은 미­북한 고위급회담이 다음달 2일로 예정돼있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효력이 발생하는 6월12일을 불과 보름남짓 남겨두는 등 절박한 시점에서 이뤄져 크게 주목되고 있다.
특히 중국측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가능한 양자협의를 요구해옴에 따라 남한정부가 남북회담을 전 부장이 방한하기전에 성사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전 부장이 방한하는 터여서 그의 역할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도 하다.
전 부장이 현재의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핵문제에 관한한 북한측 메시지를 남한측에 전달하기는 힘들다손치더라도 남북대화의 방법을 놓고 시간을 끌고 있는 남북한에 어떤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전 부장이 한중수교이후 중국외교부장으로는 처음으로 방한,대통령을 만나고 두차례에 걸쳐 한중외무장관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핵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북한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핵문제에 관한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대북강경조치에 반기를 들었던 중국이지만 핵문제 해결을 더이상 지연시킬 경우 북한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암시를 북한에 던져 줄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중양국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인식을 같이하고 경제교류협력증진에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여 중국은 북한에 「직접적인 압력」을 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전 부장은 방한 첫날(26일) 곧바로 외무부로 가 한승주외무부장관과 1차 한중외무장관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 핵문제가 다자문제인 동시에 남북한 양자문제인 점을 감안,미­북한 고위급회담과 남북대화를 동시에 추진하려 했다』는 사실을 전하고,『중국도 북한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이제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측이 최근 제의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접촉제의의 배경과 이에 대한 북한측의 수정제의 내용을 설명하고,중국측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당초 북한의 특사교환 제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통일관계장관 전략회의를 26일 오전 열기로 했다가 27일로 연기한 것은 한중외무장관회담의 결과를 지켜본뒤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중국측이 북측 제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당사국들이 접촉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만큼 북측의 대화제의에 대해 남측이 긍정적으로 나설 것과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끝내 핵개발의사를 고수해 대북한경제 제재조치가 내려질 경우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는지 전 부장의 의사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거리다.
결국 전 부장은 지난달 21일 한승주장관과 태국 방콕에서 가진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상호 협력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처럼,양국의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평화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일정에도 어느 정도 동조하는 등 신축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번 한중외무장관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 외에도 양국간 경제교류증진 방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양국간에 교착상태에 빠진 항공협정 체결협상과 2중과세방지협정 등 경제관련 협정을 조기에 타결하고 우리측이 광주·심양에 총영사관을 설치하고,중국이 부산에 총영사관을 설치하는 문제도 깊이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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