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여입학제 공론화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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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 신년호는 신선했다. 다른 중앙지와 달리 중앙일보만 교육문제를 신년호의 특집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의 정치.경제.교육이 '우왕좌왕한' 해였다. 시민들은 그만큼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반면 국가 발전에 정치.경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학습했다. 정치 불안은 경제 불경기로 이어졌다. 민심은 고약해졌다. 어느 곳에서도 서광이 비치지 않았다. 게다가 새해엔 총선이 있다. 그러니 신년호에 교육말고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중앙은 교육을 새해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뽑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중앙의 안목은 탁월하였다.

왜 하필이면 교육인가? 지금 우리는 지속적 성장의 기로에 서 있다. 이것저것을 함께 싸안고 가면 침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이에 온 힘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기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그래서 저마다 정치와 경제에서 진단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세계는 교육혁명 중'이라고 하면서 교육을 내걸었다!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6개월.1년.3년의 짧은 앞을 내다보면 정치가 보이고 경제가 보인다. 그러나 10년.20년, 그리고 백년을 멀리 둥글게 내다보면 교육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시급하고 근본적인 치유의 대상이 교육현실임이 확인된다. 그리고 교육이 바로서면 정치와 경제가 비로소 바로설 수 있고 우리 민족과 국가는 세계의 일류국가로 확실하게 우뚝 설 것이다.

중앙의 교육특집은 교육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직시하고 외국의 적절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경쟁력의 끊임없는 제고가 국가의 현상과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국가경쟁력은 교육경쟁력에서 배양된다. 따라서 '교육, 이대로는 결코 안된다'라는 의식이 국민에게 넓게 퍼져 있다. 이는 평준화 보완을 찬성하는 의견이 59%라는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 하면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교육경쟁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유지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중등교육의 정상화는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위한 투자에 한계가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투자한 만큼 우수할 수 있어서 무한대로 돈이 들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어떤 국가도 고등교육의 재정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구의 선진 국가들은 대학에 기부금이 해마다 무한대로, 다양한 통로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최대한 뒷받침해줄 뿐 어떤 제재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립대학이 8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기부금이 확실하게 들어올 수 있고 공적으로 투명하게 사용해 대학의 경쟁력을 효율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한국적' 제도인 기여우대제의 도입을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신년 특집호에 실린 '신년여론조사'에서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12%,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40%, 반대한다는 의견이 42%로 나타났다. 이는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52%임을 말한다. 이러한 결과는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의견보다 찬성하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첫 사례로, 대단히 의미있다. 연세대학교도 기여우대제의 단계적 실시를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를 주목하고 우리나라의 대학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

기여우대제가 도입되면 대학에서 한국과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CEO가 될 젊은이들이 한국의 건강하고 단순한 젊은이들과 함께 사귀며 공부해 건강한 지도자로 성장할 것이며, 빈곤해 공부할 수 없는 학생은 없어질 것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이 생길 것이며, 국가의 세계경쟁력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오인탁 연세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