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유흥업소/공무원손님끌기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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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정한파에 과천 포장마차 성시/요식업조합서 시에 “철거”진정서
과천 관가주변의 유흥업소와 포장마차 사이에 손님끌기 다툼이 일고 있다.
관가주변에 사정한파가 몰아치면서 남의 눈을 의식한 공무원들이 음식점·술집 등 버젓한 업소대신 싼 가격에 「서민풍」인 포장마차로 발길을 돌리자 과천시 요식업 조합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포장마차를 강력한 라이벌로 규정,시청에 철거를 진정하는 등 본격적인 「밥그릇싸움」에 돌입했다.
이같은 다툼이 일어난 것은 청사주변 유흥업소가 사정한파로 3월이후 주고객인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겨 대부분 업소가 50∼70%나 손님이 줄어 「파리를 날리고 있는」반면,이웃한 10여개 포장마차에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대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하는 이들 포장마차는 사정작업이후 2∼3개월전부터 공무원을 주고객으로 손님이 크게 늘었고 매출액도 하루평균 30만∼40만원 정도로 예전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역전되자 과천시 요식업조합은 포장마차에 빼앗긴 손님을 되찾기 위해 지난달 25일 과천시 건설과에 회원 1백50여명의 연명날인을 받아 「포장마차 영업행위 근절」을 건의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포장마차가 공영주차장에서 무허가 불법영업을 버젓이 하고 있어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취객들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등 문제가 많으니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 진정서의 내용. 그러자 포장마차 업주들은 『대부분이 영세민인 포장마차 주인들이 5∼6년전부터 큰 말썽없이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뚜렷한 대책없이 무작정 철거가 무슨 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만두면 당장 살길이 막막한데 어쩌면 좋으냐』며 『다른 장사밑천이 있어야 전업을 하고 포장마차를 그만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과천시는 지난주 회의를 열어 포장마차 주인들이 「진짜 영세민」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들에 대해 재산상황파악에 나서는 등 옥석가리기 작업에 나섰다. 강병화건설과장은 『포장마차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당장 생계대책도 없는 사람들을 무조건 쫓아낼 수만은 없어 현장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정바람으로 예상밖의 문제가 생겨 한쪽편만 들수도 없어 곤란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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