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불교계 달래기 고심/최근 잇단 「오해살만한 일」로 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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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대통령,25일 조찬법회에 참석
민자당이 최근 기독교아닌 다른 종교,특히 불교계의 「섭섭함」을 달래기 위해 고심중이다.
민자당은 최근 당내 정세분석위원회(위원장 서수종의원)의 건의를 토대로 새 정부출범후 내연해온 비기독교,특히 불교계와의 미묘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당은 정세분석위의 건의대로 우선 불교계와의 대화채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따라 서석재 전의원의 의원자격상실이후 회장직이 비어 있던 당내 불교신도회의 새 회장에 곽정출의원을 지난 13일 선출했다. 국회 불교신도모임인 정관회도 지난 6일 총회를 열어 민자당고문 권익현의원을 신임회장으로 뽑았다. 정관회 역시 서역재 전회장의 퇴진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이 비어 있었다.
겉으로 요란하게 표면화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정치권내에선 기독교와 불교계간에 적지 않은 신경전이 있어 왔다. 이같은 갈등은 새정부 출범후 육군17사단 전차대대에서의 불교법당폐쇄사건으로 크게 증폭됐다. 이 사건은 권영해국방부장관의 사과와 해당 대대장에 대한 징계위회부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불교계는 이런류의 사건을 우연히 돌출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민자당과 여권의 고민도 이같은 불교계의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있다.
민자당은 불교계의 반감중 상당부분이 김영삼대통령이 기독교신사(충현교회 장로)라는 점 때문에 빚어진 오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억울해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이런 「오해」를 살만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 기독교계인사가 『청와대에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고 독려했다는 대선당시의 소문부터 김 대통령 취임직후 한때 청와대 예배가 열렸던 일,새 정부의 각료중 상당수가 기독교신자라는 점 등은 비기독교측을 상당히 자극했다. 여기에 황산성환경처장관 같은 이가 선교재단 파문에 휘말린데다 환경처내 간부식당에서 기도모임을 몇차례 가진 일도 자세한 경위를 떠나 자극적인 요인으로 가세했다.
지난 재산공개파문과 군장성 구속사태 당시에도 이면에는 종교를 둘러싼 이런저런 풍문이 번졌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재산공개후 된서리를 맞은 박준규 전국회의장은 정관회 고문,정동호의원은 부회장이었다. 또 구속된 김문기 전의원 역시 정관회회원으로 모임의 유력한 재정적 후원자였다.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공군장성들 대부분이 불교신도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불교계에는 널리 퍼져 있다. 서울시내 모 구청이 가로정비작업을 하면서 사찰진입로의 안내간판을 「일부러」 철거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런 배경에다 대선 당시 민자당 공약이기도 한 불교방송 지방국설립문제가 정책상의 현안으로 남아있어 민자당으로서는 무척 난처한 상황이다.
민자당은 오는 25일 롯데호텔에서 「국가를 위한 조찬법회」를 열 계획이다. 이 모임에는 김 대통령도 참석해 그간의 「오해」를 푸는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의 한 의원은 『최근의 미묘한 갈등중 상당부분은 「알아서 기는」우리사회의 구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종교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고 새 정부가 특정종교를 앞세우는 것이 전혀 아닌데도 몇몇사람들이 공직신분을 잊고 행동해 공연히 앙금만 쌓이게 한다는 지적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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