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임시정부가 테러집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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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국대 강정구(62.사회학과.사진) 교수가 "탈레반이 테러리스트면, 상하이 임시정부도 테러 집단"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동국대에서 직위해제됐다. 강의도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2007 통일학교'에 강사로 나왔다. 강 교수는 '한반도 분단의 진실'을 주제로 2시간30분 동안 강연했다. 민주노동당 고려대 학생위원회 주최로 열린 행사였다. 민노당 학생위 소속 학생 20여 명이 참석했다.

강 교수는 강연에서 "외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사회주의국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해방 투쟁, 독립운동한 사람이 추앙받는 상태에선 자본주의가 설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역사에 미국이 개입한 것을 비판하며 "탈레반이 테러리스트면 상하이 임시정부도 테러 집단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와 관련, "탈레반과 인질 교환을 안 하는 건 테러 국가와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은 명백한 테러리스트지만 한편으로는 독립운동 단체의 성격이 있음을 표현하다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피랍자와 그 가족에게 상처가 됐을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김창수(한국근현대사) 명예교수는 "다수의 양민을 학살하는 테러와 침략자들에 대항하는 의혈투쟁과는 목표부터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을 도와주러 간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탈레반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한 임시정부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광복회 남만우 사무총장은 "헌법에도 명시된 대한민국의 모태인 임시정부를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하다니 강정구 교수는 일본인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광복회 차원에서 회의를 거쳐 공식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도 뜨겁다. "가끔 자신을 북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더니 이제는 탈레반으로 착각한 모양"(엠파스 'bioclock'), "휴머니즘을 배제한 채 반미 감정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발언"(다음 '백두산')이라는 글이 잇따랐다.

권호.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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