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애인에게 쓰는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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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애인에게 쓰는 편지’ -우랑카이(1943~)

사랑하는 애인한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 말이 맘에 들지 않아서 첫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열 개의 태양이 질 때까지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는 애인한테 계속 편지를 씁니다



 몽골의 연시다. ‘모든 시는 사랑시’란 말이 있다. 나중에 보면 기교는 사라지고 깊은 세월감만 남는다. 상투적인 사랑의 이미지만 추억이 되니 묘한 일. 특수성이 보편성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탓. 만법이 ‘일(一)’로 귀의하기 때문. 여성이 이 정도의 사랑은 받아야 되는데, 이 사랑이 받아들여질지 그게 또 미지수다. 아무튼 이 연애편지는 계속되는 현재형이다. 대초원에 해가 열 번 지도록 고치고 고쳐 쓴다. 시의 마음에 들 때까지. 우랑카이의 이십대 후반 작품. 호롤로가 번역했다.

<고형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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