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북측과 대화로 풀어가야"|"우리 정부 유연한 대응 필요"-이삼성 교수 세미나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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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 개선은 없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팀스피리트 훈련과 미국 핵우산 정책의 실효성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정부 유관 기관에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민족 통일 연구원이 주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한림대 이삼성 교수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 정부는 북한이 체제 유지의 유일한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핵 시설 건설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주장과 미국의 현상 유지적 군사 정책들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우리 정부는 팀스피리트 훈련의 필요성, 미국의 대 한국 핵우산 정책의 실효성과 역기능에 대한 한미간의 실무적·학문적 토의와 연구 공간을 확대하는 한편 국제적 핵사찰과는 별도로 「남북한 핵 통제 공동 위원회」 등과 같은 남북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등 거중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주제 발표 요지.
북한은 고립주의적 선택이 아닌 국제주의적 선택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갖고 있다.
즉 북한은 80년대 후반이래 국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일종의 북한 국제주의적 개방 노선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을 모색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적인 경제·외교·군사적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결론짓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를 통해 군사적 안전 보장과 주변국들과의 경제·외교 관계 확대 등 제한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북한이 국제주의적 노선을 축으로 하는 북한 나름의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것이 체제 유지의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인식하도록 고무시키면서, 남북한이 평화 공존의 바탕 위에서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 나아가 정치 공동체 형성의 바탕을 준비해 나가는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 핵사찰 문제도 남북간 경제·정치 공동체 형성을 위한 계기로 활용돼야 하고, 그런 시각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하게 미·북한간의 평화적 타협과 조정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는 북한의 국제주의적 지향을 고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한 및 미국간의 협상과 타협에 요구되는 새로운 사고와 접근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을 수정하기 전까지 남북한은 핵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팀스피리트 훈련 실시의 의의를 재검토하는 한편 ▲「핵우산」 정책은 재고돼야하는 등의 기본 원칙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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