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부·채권단…모두 LG카드 위기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융시장을 볼모로 한 정부.채권단.LG그룹의 무책임과 이기주의로 LG카드 처리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LG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은 거래고객의 불편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를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금융계에선 LG카드 사태를 더 끄는 것은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다며 회생이든 청산이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 단추 잘못 끼운 정부=지난해 11월 LG카드가 처음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정부나 채권단은 LG카드의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LG그룹이 LG증권을 내놓으면서 금융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자 덥석 이를 받아들였다. 그 후 실사과정에서 LG카드의 부실이 당초 예상한 2조원보다 훨씬 많은 3조2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이 꼬였다.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하나.우리은행은 발을 빼버렸고, LG카드 처리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제몫 찾기에만 바쁜 채권단=국민.신한은행은 자체 카드사업을 하고 있거나 카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업계 1위인 LG카드사가 도산할 경우 카드업계 전체가 공멸할 위기상황에서도 LG카드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집했다.

◇면피에 바쁜 LG그룹=LG카드 소액투자자와 카드채를 산 투자자가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된 마당에 LG그룹은 LG카드 주식을 팔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LG카드에 숨겨진 부실은 LG그룹 책임이다.

LG카드에 대한 책임을 제쳐놓더라도 LG라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감안하면 반발만 할 입장이 아니다. LG 관계자는 "막판에 추가부담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부대조건을 제시했지만 결렬됐다"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