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도 기업 돈 받지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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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8일 기자회견에서 "정당이 기업의 정치자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주무르고 측근 비리로 얼룩진 정치세력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趙대표의 제안은 지난해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내놓았던 개혁안보다도 파격적이다. 정개협 안은 ▶국회의원 개인이나 시.도 지부의 후원회는 법인(혹은 단체)의 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되▶중앙당은 받을 수 있도록 '숨통'을 터놨다.

총선.대통령 선거 등을 치러야 하는 중앙당은 큰 돈이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趙대표는 아예 중앙당도 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하지 말자고 했다. 대신 후원회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소액 다수 후원금으로 유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정치자금 제도를 본뜬 것이다. 미국의 경우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법인이나 단체의 돈을 일절 받지 못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대기업이 돈을 주고 싶으면, 기업의 돈이 아니라 오너나 임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줄 수밖에 없다. 대신 모금의 상한액이 없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다. 우선 이 제안이 성사되려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부정적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대신 "아예 후원회를 없애고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화해 각 정당이 나눠 쓰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천5백억원 정도가 조성되는데, 이를 의석 비율대로 배분하자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일각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저 선언적 의미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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