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앞둔 민주당 속앓이/없는집 제사맞는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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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보자 물색보다 자금조달 걱정/사정·개혁바람에 야당입지 취약
6월 중순께 치러질 2차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속앓이가 가중되고 있다.
4·23보선 3개지역에 이어 이번의 강원 명주­양양·철원­화천,경북 예천도 민주당의원지역은 아니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의석수」만 갖고 보면 「밑져야 본전」일 수 있다.
그러나 잇따른 보궐선거를 맞는 민주당의 분위기는 「없는 집 제삿날 맞는 듯」하다. 민자당이 신문광고를 통해 후보 공모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비태세에 들어가자 민주당도 8일부터 후보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후보자물색보다 자금문제부터 걱정하는 형편이다. 참신한 외부인사영입 같은 것은 뒷전이 되고 있다.
4·23보선당시 당에서는 최고위원 1천만원,당3역 3백만원,12역 2백만원,평의원 50만원을 모금해 3개지역에 나눠주었다. 후보들은 『너무 적은 실탄』이라고 불만을 표시했으나 「사정한파」속에 의원들은 그 돈 마련도 적지않은 부담이 됐다고 한다. 게다가 개별적으로 유세장을 찾아 격려할 때면 멀거니 악수만 나누고 올 수도 없어 「2중과세」와 비슷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철원·명주의 2개 보선지역을 갖게된 강원도 지구당위원장들은 지난 1일 모임을 갖고 『보궐선거는 당대당의 대리전 성격이 짙은만큼 법정선거비용은 중앙당에서 충당해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김덕규사무총장은 『이번엔 모금은 물론 자금지원을 아예 기대도 말라』는 입장이다. 김 총장은 『이번 보선지역은 재산공개후 「돈벼락」때문에 빚어진 선거인만큼 돈이 없는 것을 무기로 삼아야할 것』이라며 자금지원요청에 미리 선을 긋고 있다. 조세형최고위원은 『총선때 전국구 후보의 특별당비를 지역구에 나눠주는 관행에 아직도 젖어있다』고 우려,김 총장에게 동조했다. 중앙당에서는 크게 표도 안나는 자금지원 대신 지난 보선때 실시하지 않아 「정책부재」라는 비난을 받았던 여론조사 등의 기획·정책지원으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기택대표는 최근 『이번 보선은 부정축재 등으로 궐석된데 따른 선거인데다 TK제거에 대한 경북유권자들의 반발도 있어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경북의 현장관계자들과 상당수 당직자들은 「객관적 불리」를 부인하지 않아 좋은 대조를 이뤘다. 이 지역은 당조직이 약할 뿐아니라 원래 야세가 약한 지역이다. 게다가 김영삼정부의 개혁으로 여당은 인기가 치솟는 반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활동을 보여왔다.
민주당은 『대선때 김대중후보 득표가 배가됐다』고 자위적인 분석도 하고 있으나 김대중후보 득표율은 15%선에 불과했다. 함영회 강원지부장은 『양당 후보의 득표력이 같을 경우라도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다.
최욱철(명주­양양) 김철배(철원­화천) 안희대(예천) 등 현위원장외에 연고가 있고 「득표력」이 더 뛰어난 인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공천을 늦추는 민주당의 고민이다. 민주당은 경북의 경우 유권자들의 「TK제거」 반발심리가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발표를 민주당이 흡수할 수 있는 「상품발굴」이 안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낙선을 거듭한 야당후보에 대한 「동정표」의 기대는 「이미 광명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게 당의 속마음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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