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엄마 따라잡기' 교육현장은…과외 첩보작전 불 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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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학원강사 모시기
4~5명 정보팀 짜 연구
진학 관련 전문가 뺨쳐

# 학부모들 ‘과외정보팀’ 있다?
아들 교육을 위해 ‘친구(하희라) 따라 강남 간’ 준웅이 엄마(정선경). 교육정보를 캐내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같은 반 엄마들의 비위를 맞춘다. 한 엄마가 “밥 대신 오랜만에 필드(골프)에 나가고 싶다”고 요구한다. 들어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족집게 학원 강사 이름 같은 고급 정보를 전수받을 수 없다.
강남의 한 학부모는 “좋은 학원 찾는 게 일과가 됐다”며 “엄마들끼리 4~5명씩 팀을 짜 연구한다. 그 팀에 끼려면 성적도 좋아야 되고 잘 보여야 한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몇몇 엄마들은 학원 교실을 빌린 후, 유명 강사를 직접 데려와 수업을 시키기도 한다는 것.
대치동에서 자녀를 외고에 보내는 데 성공한 백모(45·여·성남 분당구)씨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과목별 최고 강사를 뽑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시간표를 짠다”고 말했다. 백씨는 “자식이 해외 명문대까지 진학하면 엄마도 덩달아 유명해진다”며 “학원에서 그 엄마를 아예 진학상담실장으로 채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치동 P학원 관계자는 “일부 고교생들은 생활법(法)경시대회 입상을 위해 변호사를 초빙해 배우기도 한다”며 “보통 70명 정원의 팀을 구성하고 한 학생이 월 50만원의 수강료를 낸다”고 말했다. 변호사에겐 수천만원의 강의료가 지급된다.
 
# 학생이 이름대신 등수로 불린다?
드라마 속 ‘최강중학교’에선 학생들이 “야! 5등” “꼴찌!” 등 등수(等數)로 불린다. 그리고 우등생부터 앞자리에 앉힌다.
한 학원 관계자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은 지위와 체면을 무척 중요시한다" 며 “아이의 이름대신 등수를 부르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러한 비교육적 행위는 교사 개인의 철학과 자질의 문제”라며 “극히 일부의 행태를 일반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원에서도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압구정동 E학원 관계자는 “엄마없이 혼자 학원을 찾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강남에선 엄마들 입김이 세다”며 “그렇기 때문에 강사들은 세심한 부분까지도 조심한다”며 등수 호칭설에 고개를 내저었다.

# 강남 학교에선 전입학도 힘들다?
엄마가 무턱대고 이사부터 하는 바람에 진우는 곤경에 처한다. 학기는 시작됐는데 전입학을 못해 도서관으로 '등교' 한다. 준웅이도 마찬가지. 결국 ‘비교육적 방법’(드라마에선 학교에 후원금을 내는 듯 간접 묘사)으로 입학한다.
이와 관련 일단 진우 엄마의 무지(?)를 질타하는 학부모들 목소리가 높다.
“이사하기 전 전학 갈 학교의 결원을 파악하고 입학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건 기본”이라며 “전학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진우의 결석은 내신 감점 요인으로 상급학교 진학에 치명적” 이라는 것.
강남 C학원장은 “명문으로 꼽히는 대청중의 경우 전입학 희망자도 많지만 내신 부담 때문에 다른 학교로 전학가려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재학 중 해외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많다.
이모(15·개포동)양은 “방학이 끝나 학교에 가보면 유학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다”며 “어떤 반은 절반 이상이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라일찬기자 ideaed@joongang.co.kr
그래픽=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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