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까지 간 북한핵(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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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핵과 관련해 대북한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공식 토의에 들어갔다. 이러한 사태진전은 한반도에서의 핵파동과 남북관계에 중요한 변화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유엔안보리 논의에 들어갈 대북결의안의 골자는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철회와 핵사찰의무 이행을 촉구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안보리가 추가조치를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안보리 토의가 갖는 의미는 우선 유엔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까지를 염두에 두고 공식적으로 핵보유 포기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안보리의 북핵논의에 소극적 반대입장을 취했던 중국이 비록 소극적이지만 동참으로 자세를 전환했다는 의미도 있다.
거부권을 지닌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자 후견국가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핵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이 문제의 안보리상정 자체를 반대해 왔다. 그런 중국이 거부권행사를 자제키로 하고 대북결의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것이다.
이제 문제는 당사자인 북한이다. 공식적으로 북한은 NPT탈퇴라는 기존 방침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핵사찰에 관한 국제적인 규정이나 남북간의 상호사찰합의에 따른 사찰의무를 이행할 자세도 안돼있다. 이같은 북의 고집에 변화가 없다면 유엔은 결국 대북 제재로까지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경우 우선 지금 예상되는건 대북한 경제제재다. 그러한 경제제재조치가 취해진다면 북한으로서도 대단히 고통스럽고 불행한 일이다. 극도로 어려운 북한의 경제상황으로 볼때 국제적인 경제제재는 북한의 체제 자체를 분해시키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북한으로선 근본적인 궤도수정이 필요하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부터 포기해야 할 것이다. 민족내부의 평화와 국제사회와의 공존을 거부한다면 북한은 결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이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도 보다 선명하고 확고하게 천명돼야겠다. 지금으로선 새 정부의 북한정책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확연히 알기가 어렵다. 한때는 이인모노인을 보내는 등 유화정책을 쓰고 말로도 유화노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이 차가운 남북관계의 현실과 저항에 부닥치자 다시 후퇴하여 아무런 말이 없다.
지금 정부가 결정해야 할 대북정책은 문제점은 유화냐 강경이냐의 선택이다. 물론 채찍과 당근을 모두 가지고 신축성있게 대처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원칙이고 어디부터가 수단인가를 밝혀야 한다. 안보리조치는 우리정부의 분명한 대북정책을 촉구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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