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해석 붙은 『역주 한국고대금석문』사료집 첫 발간|한·중·일서 250종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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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고대사 관련 김석문과 그에 대한 연구를 망라, 역주와 해설을 붙여 집대성한 사료집이 발간됐다. 한국고대사회연구소(회장 노태돈 서울대교수)가 엮고 가락국 사적개발연구원이 펴낸 『역주 한국고대금석문』 1, 2, 3권이 그것이다.
이 책은 3국 시대 초부터 10세기 신라와 발해 말기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남북한·중국·일본 등지에 흩어진 우리나라관계 금석문 2백50여종을 모두 모으고 해설을 붙인 대작이다.
구리거울·비석 등에 새겨진 글을 뜻하는 금석문은 특히 기록이 빈약한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서 『삼국사기』가 12세기에 편찬된 것이고 내용이 간략하여 고대사회의 실상을 온전치 전하지 못하는 데다 초기기록의 신빙성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고대인들이 당시의사정과 그들의 생각을 직접 적어놓은 금석문 자료는 현존 문헌자료가 갖고있는 사료상의 결함을 상당부분 메워줄 수 있는 중요성을 지닌다.
금석문을 집성한 근세 자료로는 조선총독부의 『조선금석총람』에 이어 해방 후 이를 보완한 『한국금석 유문』(황수영) 『한국금석전문』(허흥식) 등이 계속 발간됐으나 대부분 단순히 자료를 모은 데 불과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역주 한국고대금석문』은 각 금석문에 대해 본문뿐 아니라 ▲현황과 개관 ▲판독문과 주석 ▲해석문과 주석 ▲참고문헌순으로 서술하고 있어 「해설과 주석을 붙인 우리 나라 최초의 총괄적인 금석문 사료집」으로 평가된다.
금석문은 특히 닳아서 희미해진 글자의 판독과 관련해 전체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한·중·일 학자들의 서로 다른 해석을 싣고 관련근거를 밝혔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백제와 왜의 관계를 밝히는 중요 자료인 칠지도(일본 나량현석상신궁에 소장된 칼)의 경우 칼 몸에 새져진 61자의 한자에 대해 한·일 양국 27명의 학자가 서로 달리 판독·해석한 내용을 모두 싣고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국고대사회연구소는 문화부와 가락국사적개발연구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지난 91년 초 전공분야별 16명의 학자에게 연구를 위촉해 2년4개월만에 이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집필에 참여하면서 작업을 총괄한 노태돈 한국고대사회연구소 회장은 이 책에 대해 『지금껏 소홀히 했던 낙랑계, 무구검기공비와 같은 고구려 지역의 중국계, 고구려·백제·낙랑 유민의 것을 포함해, 92년까지 발견된 한국관련 금석문 모두를 포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과 만주지역의 금석문은 대부분 답사와 고증을 다시 했고 북한지역 것은 북한학자의 논문을 위주로 정리했다』면서 『이로써 고려 이전까지의 금석문을 총망라, 학계의 숙제를 하나 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과제로 『자료명과 문제의 단어명을 입력하면 관련 연구내용을 모두 떠올려 검색할 수 있도록 책의 내용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로 수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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