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크…’ ‘뮤즈’ 사운드 환상적, 4만5000명 몰린 최고 음악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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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록 그룹 ‘라르크 앙 시엘’이 열정적인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인천=뉴시스]

진흙 벌에서 뒹굴다 맨땅을 밟으며 노니 감개(?)가 무량했다. 27~2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2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폭우와의 질긴 악연을 끊었다. 태풍으로 중단된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폭우로 공연장이 진흙탕으로 변한 지난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먼 옛날 일 같았다.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답게 4만5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첫날(27일)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러더스’는 환상적인 비주얼 사운드를 관객의 심장에 새겨 넣었다. 28일 일본 록그룹 ‘라르크 앙 시엘’은 한국어로 “미쳐 보자”고 외쳤고, 관객들도 정말 미쳐갔다. 29일 대미를 장식한 영국 록그룹 ‘뮤즈’의 무대는 감동 자체였다. 올 3월 내한공연은 워밍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쉬운 점은 아일랜드 가수 데미안 라이스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 건강 문제 때문이었지만 가슴을 울리는 그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사라졌다. 미국 그룹 ‘헬로 굿바이’도 컨디션 난조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럼에도 2회째를 맞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잔치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관객 이동로, 화장실, 캠핑시설 등이 개선됐으며, 운영 시스템도 안정적이었다.

물론 숙제도 남겼다. 예컨대 둘째 날 공연 라인업이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다. 국내 가수 선정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국내 록의 흐름과 동떨어진 밴드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며 “록 페스티벌의 취지에 맞게 록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밴드가 더 많이 참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행사가 ‘소포모어(2년생) 징크스’를 무난히 넘긴 데는 록 매니어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라인업에 대한 불만이 있었음에도 사흘 내내 공연장을 달궜다. 축제 자체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국내에도 제대로 된 록 페스티벌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록 페스티벌, 머스트 고 온!”

인천=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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