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차’의 가수 이은하 15년 만에 ‘컴백’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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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떠나간다네.”

1970년대 히트곡 ‘밤차’의 가수 이은하(47·사진)가 15년 만에 정규앨범을 냈다. 앨범 타이틀은 ‘컴백(Come Back)’이다. 73년 열세 살 나이에 데뷔해 77년부터 9년 연속 10대 가수에 올랐던 그다. ‘감수광’의 혜은이와 함께 한때 가요계를 평정했었다.

중견가수의 이은하의 컴백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더욱이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더한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하우스에 리듬 앤 블루스를 가미한 ‘재즈 하우스’를 시도했다. 이은하가 많은 중견가수들이 ‘안전하게’ 선택하는 트로트 대신 새로운 음악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히트곡이 많기 때문에 추억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나이 들어도 노력하는 가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곡이다. 타이틀곡 ‘컴백’을 비롯해 ‘드라마’ ‘기억상실’ ‘돈 스탑(Don’t Stop)’ 등 12곡의 노래에 재즈 하우스, 트랜스(전자음악의 한 종류),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렸다. 그는 이번 앨범을 완성하려고 3년간 비지땀을 흘렸다.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작곡(‘돈 스탑’)에도 참여했다.

“3년 전 유럽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중견가수들이 트랜스·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더군요. 국내에서는 젊은 가수들만 하는 장르인데…. 마돈나도 7,8년 전 이 장르를 시도했어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제 시도가 어떤 반응을 얻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신나는 리듬에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게 트랜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하는 70년대 애창곡 ‘밤차’로 ‘디스코의 여왕’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봄비’ ‘겨울장미’ 등 그의 히트곡은 슬프게 호소하는 노래가 많다. 그는 “그런 노래들로 성공하긴 했지만, 하고 싶은 노래를 하지 못했던 ‘한’도 쌓였다”고 털어놓았다.

“워낙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어요. 혼나지 않기 위해 우울한 블루스 노래를 불렀죠. 20대 중반이 돼서야 본 조비의 록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잠재적 욕망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걸 풀게 됐네요.”

그는 “이번 앨범은 새로 태어난 이은하가 내놓은 1집 앨범”이라며 “신인 가수라는 각오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글=정현목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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