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분위기 속 일손 놓은 방송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방송위원회 고병익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1주일이 됐는데도 공식적으로는 사표수리가 되지 않고 후임인선도 없어 방송위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에 앞서 김규·정순일·정귀호씨 등 3명의 방송위원이 사표를 제출한데 이어 1일 이상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마저 사표를 냄으로써 방송위는 완전 물갈이가 불가피하게 됐다.
유일하게 사표를 내지 않은 이상신 위원은『파행적인 현행방송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민시대의 개막과 함께 KBS·MBC등의 대대적인 인사·기구개편을 계기로 방송계가 전체적인 탈바꿈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방송위원회도 새 인물들로 교체될 것이란 소문이 끈덕지게 나돌았다.
헌법기관이라는 명분아래 12월 임기까지 채우겠다던 방송위원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하나 둘씩 사의를 표명하자 『방송위도 사람이 바뀔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대두하는 한편 『역시 방송위는 5, 6공 때처럼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늦어도 5월중엔 위원전체와 사무총장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방송위원회의 후임인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위원장은 입법·사법·행정 3부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9인의 방송위원들이 호선으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으나 지금까지는 사실상 정부측의 낙점으로 인선돼 왔다. 현재 마땅한 인물이 없어 인선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원장으로는 한때 내정설이 나돌았던 정원직전총리보다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최창봉 전MBC사장이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사무총장에는 박성범 전KBS방송 총본부장이 물망에 올라 있어『방송위가 퇴역방송인들의 일자리냐』는 입방아도 일고 있다.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