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출제 “난산”/평가원 비리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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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담당자 교체… 교수는 맡기꺼려/고교마다 대비책 달라 혼선/수학Ⅱ·물리등 제외 부작용/이과도 문과식 수업
수학능력시험은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올해 처음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석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출제기관인 국립교육평가원은 정답유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출제준비 엄두를 못내고 있다.
평가원의 전현직 52명징계에 따른 대폭 물갈이는 결과적으로 입시출제의 경험과 노하우 부재상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출제를 담당할 교수들은 출제위원 위촉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
일선고교는 일선고교대로 정보부족으로 수업방식에 혼란을 겪고 있고,또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Ⅱ와 물리·화학의 심화과정이 제외되는 바람에 이과반의 수업이 문과반형태로 이뤄지는 등 파행마저 빚고 있다.
◇평가원=교육부는 1일 국립교육평가원의 서기관급 5명중 4명을 인사조치한데 이어 지난달 징계조치된 간부·직원에 대한 후속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인사회오리속에 91년부터 진행해온 수학능력시험 출제준비체제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태.
평가원관계자는 『직원대부분이 후속인사에 촉각을 세운채 업무를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학능력시험관련 서류와 자료는 후임자에게 넘겨줄 수 있지만 경험과 노하우는 어떻게 전수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대해 『8월20일의 1차 수학능력시험까지 1백여일이나 남아있어 출제준비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평가원측은 『과거 학력고사와 전혀 다른 시험형태여서 입시유경험자들도 어려워하는 마당에 새로 부임해온 후임자들이 단기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평가원의 한 간부는 또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제교수 확보』라며 『현재 출제위원으로 2백22명의 교수를 선정했으나 이들 교수들이 정답유출파문 여파로 대부분 기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일선고교=대부분의 고교들이 시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입시 기관·학원 등이 제시하는 대비책이 서로 달라 혼란을 겪고있다.
여기에 수학능력시험이 문·이과 공통으로 치러지게 되자 일선 고교에서는 수학Ⅱ와 물리·화학의 심화과정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이과반의 수업을 문과반 형태로 변칙운영하고 있어 고교이과 교육의 파행이 우려된다.
서울성동고 이진구교사(60)는 『수학능력시험이 문과에 유리한 형태인데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본고사를 폐지하자 자연계학과 지망학생이 수학Ⅱ와 과학과목의 공부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교육부가 7차례에 걸쳐 시행한 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가 6차까지는 통합교과식이었으나 마지막인 7차는 학력고사형태로 치러져 둘중 어떤 형태가 될지 알 수 없어 어정쩡한 형태의 수업이 되고 있다』며 『입시관련 세미나와 전문기관들마다 전망이 달라 어려움이 크다』고 실토했다.
여고이과반의 경우 해체위기에 직면,서울D여고는 이과반학생 전원이 문과로 전과를 원하고 있고 남녀공학인 구정고교는 이과반 학부모들이 남학생과 내신합산평가를 요구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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