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엉뚱한 발뺌·해명/지도층 인사 무더기 관련 경기대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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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모략” “등록하라고 해 입학” “아는바 없다”/완강히 부인하다 “천만원 줬다” 고백도
「부정합격인가,부당합격인가」­.
87년 경기대 입학부정과 관련된 21명의 학부모들이 현역 국회의원·고위공무원·교육자·법조인·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엉뚱한 발뺌과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89년 문교부 감사를 통해 부정이 적발되고도 「운좋게」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던 이들은 업무방해사건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법적제재는 피하게 됐으나 6년만의 뒤늦은 명단공개로 받게될 도덕성의 흠집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발뺌의 1인자는 임춘원의원. 아들(26)이 법학과에 지원했다 떨어진뒤 미등록자 결원보충때 경영학과에 부정합격한 임 의원은 부정사실이 언론에 본격 보도되기 전인 30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의 아들은 국내 모기독교계 대학에 다녔을뿐 경기대에 다닌 적이 없다』며 『누군가 전후사정을 모르고 모략한 것 같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임 의원은 그러나 이날 오후 보도를 통해 부정관련자들의 이름이 공개되자 기자들과의 접촉을 일절 거부한채 비서관을 통해 『아는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체육학과에 지원했다 낙방한 아들(26)을 결원보충과정에서 같은 학과에 합격시킨 신상우의원은 『학교측으로부터 「결원이 생겼으니 등록하라」는 통지를 받고 등록했을 뿐』이라며 『당시에는 국회의원도 아니었고 민추협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무슨 「빽」으로 부정입학시켰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재수한 딸들을 중어중문학과와 관광경영학과에 각각 부정입학시킨 이호선수원시장과 김상연W섬유수출업체 사장도 역시 시침떼기형.
이 시장은 『경기대에 아는 사람하나 없고 돈을 준 일도 전혀 없다』고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며 김 사장은 『부정입학과 전혀 관계없으니 의심스러우면 당국에서 소환조사하라』고 큰소리. 이와는 대조적으로 처음에는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결국 금품제공 사실까지 시인하는 순진파도 있다.
재수한 딸(27)이 일어일문과에 입학한 이윤변호사(55)의 부인은 처음엔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딸이 재수하며 다녔던 서울 D입시학원의 진학상담자가 「경기대에 친척이 있으니 알선해 주겠다」고 해 1천만원을 주고 입학을 부탁했다』고 고백했다.<유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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